반도체보단 디스플레이…세메스 인수합병으로 덩치 키워
지난해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에선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 돌파 기업이 나왔다. 삼성 계열 세메스가 주인공이다. 세메스는 전공정 세정 장비가 주력이다. 2013년 후공정 업체 세크론과 설비 개조 전문 지이에스를 인수합병(M&A)하며 장비 라인업을 대폭 확장한 것이 매출액을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반도체보단 디스플레이 분야 투자가 활발하다. 국내 업체는 대규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투자를 진행 중이고 중국 패널 업체도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비 업계 분위기도 이를 따라간다.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 실적 기대감이 높다.
◇연 매출 1조원 장비기업 탄생, 올해 반도체 투자 기대감은 낮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를 모두 공급하는 세메스는 지난 2013년 삼성전자 장비 자회사 세크론(반도체 후공정)과 지이에스(설비 개조)를 흡수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2014년 매출 9144억원, 영업이익 4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약 1조1000억원 규모를 달성한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한다. 국내 장비 기업 가운데 연매출 1조원 돌파 사례는 세메스가 처음이다. 세메스는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에서 고르게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 14나노 핀펫 라인과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14나노 핀펫 라인에 장비를 납품한 게 실적 상승에 주효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중국에 LCD 장비를 일부 납품하며 해외서 성과를 거뒀다. 잉크젯 프린팅 장비 등 OLED용 첨단 기술 장비도 연구개발하며 영역 확대를 노리고 있다.
원익아이피에스, 주성엔지니어링, 유진테크 등 증착 장비를 다루는 기업 실적도 지난해 좋아졌다. 케이씨텍과 엘오티베큠 등은 SK하이닉스 이천 M14, 삼성전자 화성 17라인 가동 등 영향으로 각각 가스 공급장치, 진공장비 출하를 늘리며 전년 대비 실적을 확대했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 분야에선 올해 큰 기대를 걸긴 힘들다. 반도체 소자 업계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6.4%, 8.6%씩 성장했지만 지난해 또 다시 성장세가 꺾여 올해 시설투자액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성장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이렇다 할 신규 D램 투자는 없다. 국내 장비 업계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D램 시장은 PC 출하 역성장,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로 좀처럼 가격 하락세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3D 낸드플래시, 10나노 로직 공정 장비 발주가 예상되지만 큰 규모는 아닐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한다. 내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가동에 수주 계약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장비 시장은 작년 대비 1.4% 증가한 378억2000만달러 규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 볼 때 한국은 73억6000만달러 규모로 작년(80억8000만달러) 대비 8.9% 감소가 예상된다. 일본과 대만 지역 투자도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과 유럽, 미국 지역은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가 해외 매출 비중을 서둘러 늘려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는 실적 기대감 높아
지난해 디스플레이 분야 장비 기업은 중국 LCD 설비 투자가 증가해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BOE, 차이나스타(CSOT), 티안마, CEC-판다, 에버디스플레이 등 중국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의 8세대 이상 신규 LCD 설비 투자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에 8세대 LCD 설비를 증설하는 등 중국 지역을 중심으로 LCD 설비 투자가 집중됐다.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2·3위를 다투는 원익아이피에스와 SFA의 성장, 플렉시블 OLED용 장비로 빠르게 성장한 AP시스템 실적도 눈길을 끈다. 양사 모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사업 양쪽 부문 모두 고르게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가 지분을 보유한 핵심 장비기업이고 적극적으로 선행기술 연구개발에 동참하는 등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원익아이피에스는 매출에서는 국내 2위 규모지만 영업이익은 1위 달성이 유력하다. 올해 국내 장비기업 중 처음으로 영업이익 1000억원 고지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오는 4월을 기점으로 장비사업 중심의 ‘원익IPS’와 특수가스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한 ‘원익TGS’로 분할할 예정이다.
SFA는 지난해 반도체 후공정 기업 STS반도체를 인수해 기존 반도체 장비사업과 시너지를 노렸다. 디스플레이용 장비 사업은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플렉시블 OLED용 장비와 물류장비 실적이 성장했다. 중국 패널 기업에 LCD 장비도 활발히 수출했다.
AP시스템, 테라세미콘, 비아트론은 OLED용 장비 기술력으로 지난해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AP시스템은 플렉시블 OLED 공정에서 기판 유리를 떼어내는 필수장비인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 TFT 기판 위의 비정질실리콘을 다결정실리콘으로 결정화하는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를 공급하며 해외 기업과 경쟁한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핵심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으로 떠올랐다. 테라세미콘과 비아트론은 열처리 장비 기술로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폴리이미드(PI) 열처리(큐어링) 장비를 공급하는 테라세미콘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9% 상승했고 공급사 비중도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비아트론은 중소형 OLED 패널과 대형 TV OLED용, 플렉시블 OLED용 열처리 장비를 보유했다. 지난해 매출 451억원으로 상위권에 속하진 않았지만 전년 대비 매출은 37.5%, 영업이익은 무려 900.2% 성장해 새로운 장비기업 강자로 떠오를 준비를 갖췄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