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홍하이정밀공업(홍하이)이 일본 샤프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에 또 한 번 지각변동이 몰려온다. 홍하이가 샤프를 앞세워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사로 진입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애플 주요 부품 공급사로 성장한 홍하이는 지난 2014년부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홍하이는 이번 인수로 샤프가 보유한 초대형 10세대 LCD 생산 설비·기술과 옥사이드 기반 OLED 기술을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홍하이 가세에 따라 세계 LCD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포함한 중화권 기업 비중이 더 커진다. 대만 대표 디스플레이 기업 이노룩스는 홍하이 자회사다.
샤프는 지난해 초고해상도(UHD) TV용 패널 출하량 7위,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세계 평판패널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샤프가 2010년 점유율 8%로 5위를 기록했으나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제조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오는 2018년 7위(점유율 5%)로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샤프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애플에 LTPS LCD 패널을 공급하는 주요 제조사다. 세계 최초로 10세대 LCD 생산 공장을 세워 60인치 이상 대형 LCD 패널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렸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실적 부진, LCD 가격 하락 등이 겹쳐 어려움이 가중됐다.
홍하이 지원을 받으면 샤프는 10세대와 8세대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등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긴다. 32인치에서 40인치 이상 대형 LCD 생산 비중을 높이는 중국 패널 제조사에 맞서 경쟁할 힘을 얻게 된다. 중국 제조사들이 대형 인치에서 수율 문제를 겪는 것을 감안하면 홍하이와 샤프 연합은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홍하이가 진입하려는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도 중장기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옥사이드 TFT 원천기술을 가졌다. 정식으로 OLED 패널을 양산하지는 않았지만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양산기술을 발표하는 등 오랫동안 OLED를 연구해온 저력이 있다.
최근 홍하이가 애플 전용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준비하는 등 OLED 패널 공급사로 선정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것도 샤프 인수와 딱 맞아 떨어진 행보다. 샤프 기술을 활용하며 OLED 패널 개발·양산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업은 사업 무게중심을 OLED에 맞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AMOLED와 플렉시블 OLED에, LG디스플레이는 대형 TV용 OLED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실제로 양산에 필요한 OLED 기술 장벽이 높은 만큼 단기적 변화보다는 중장기적 경쟁구도 변화 가능성을 살핀다는 분위기다.
표. 세계 평판패널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전망 (자료: 2015 IHS)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