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페이스북과 구글이 적용한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기반 자체 서버를 개발한다. 급증하는 서버 규모에 대응해 비용 효율성과 서비스 안정성을 높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르면 상반기 OCP 기반 서버 개념검증(PoC)을 마치고 서버 도입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OCP 기반 서버 개발에 착수했다.
OCP는 지난 2011년 페이스북 주도로 발족한 오픈소스 기반 데이터센터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수 십 만대 서버를 보유한 서비스 공급업체가 비용 효율적 인프라 도입을 위해 직접 서버·스토리지를 설계한다.
국내 최대 서버 구매 기업 네이버도 자체 서버 개발에 OCP를 활용한다. 지난해 중순부터 한국HP, OCP 인프라 전문업체 세네 곳과 PoC를 진행했다. 기술동향을 파악하고 목표 기술을 설정했다. 저전력·고집적 서버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OCP 규격을 기본으로 ARM 같은 저전력 프로세스나 트윈서버 등 다양한 형태를 검토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초기 개발 제품은 일부 서비스에 적용됐다”며 “OCP 등 신기술을 적용한 추가 버전을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자체 서버를 개발한 것은 2013년부터다. 국내 포털 최초로 미국 서버업체 슈퍼마이크로와 ‘G(Generation)1’을 개발했다. 표준서버로 지정해 1000대 이상 도입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는 안정성 등을 이유로 300~400대가량 적용했다는 게 업계 추측이다. OCP 적용 서버는 G1 후속버전이다.
네이버가 자체 서버 개발을 꾸준히 시도하는 것은 비용절감과 서비스 안정성 때문이다. 네이버는 연간 8000대 넘는 서버를 구매한다. 춘천에 10만대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갖췄다. 구매나 보유 면에서 국내 최대다. 연간 전력 사용량만 5000만KWh가 넘는다.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서버 효율화가 필수다.
OCP는 서버 등 인프라를 비용 효과적으로 구매하는데 최적화됐다. 연간 10만대에 가까운 서버를 도입하는 페이스북도 OCP를 활용해 3년간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절약했다. 네이버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포털뿐만 아니라 통신·금융까지 OCP 관심이 확대됐다. 지난달 SK텔레콤은 아시아 통신업체 최초로 OCP에 합류했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트래픽이 늘면서 서버 수도 급격히 증가한다”며 “OCP는 서버를 저렴하게 운영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론으로 주목 받는다”고 설명했다.
서버업계는 네이버 자체 서버 개발 움직임을 주시한다. 네이버가 자체 서버를 개발해 표준서버로 활용하면 HP, 델, 레노버 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기술력을 고려할 때 데이터센터 내 모든 서버를 자체 서버로 교체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고객 네이버가 범용이 아닌 맞춤형 서버를 개발한다는 것은 분명 시장에 악재”라면서도 “당장 표준서버로 지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서버업체도 규모의 경제를 고려할 때 1만대 이하 물량을 한 업체만을 위해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