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문화·예술 저변 확대는 복제기술을 접목해야 가능한 명제다. 문학은 사람이 직접 말을 전하는 ‘구전’에 한계가 있었지만 ‘인쇄술’이 도입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인쇄술이 가진 복제 능력은 작가 한 명이 1조원 이상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게 했다. 수억명에 달하는 독자를 확보하게 만들었다.
음악은 음반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대중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전자음악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재벌 아티스트’가 탄생했다. 인류가 항상 음악에 묻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제는 하루라도 음악을 듣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미술은 아직까지 다른 행보를 보인다. 개인이 미술품을 소장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1년에 한 번이라도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는 이도 많지 않다. ‘제대로 된 그림’을 감상하기에 아직 복제기술에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쇄 기술로 복제한 그림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이다. 예술품으로 감상할 수준이 아니다. 현재까지 대중화한 TV나 모니터도 인쇄품 이상 느낌을 제공하지 못한다.
전문 기술자가 미술 작품을 복제하거나 3차원 스캔 기술 등 최신 복제 기술을 이용한 사례는 그나마 낫다. 하지만 대중이 구입하기에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가에도 불구하고 복제 미술 작품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미술도 문학과 음악처럼 잠재적 대중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미술이라는 예술 영역에서 어떻게 거대 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 초고화질(UH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디스플레이가 난제를 해결할 답이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은 제조사 기술만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어려웠다. 방송이나 영화 콘텐츠 산업에 발을 맞춰야만 대중 상품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4K, 8K, 16K, 32K 등 다양한 해상도 초고화질 OLED 디스플레이가 잇따라 개발됐지만 주위 여건 탓에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초고화질 OLED 디스플레이 시장 선두에 서 있다. 방송과 영화에 접목했던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술 추가를 제안한다. 독보적으로 앞선 OLED 디스플레이와 미술을 결합해 시장 저변이 확대되면 한국이 실질적으로 독점할 수 있는 거대한 신시장이 열릴 것이다.
출판사와 음반사가 저자, 아티스트와 계약하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미술가 또는 작품 소장가와 저작권 계약을 맺는 것은 어떤가.
실물과 같은 혹은 오히려 실물보다 나은 예술품을 다양한 건물이나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면 인류 삶의 질은 한 단계 개선될 것이다.
현실화한다면 자연스럽게 문학가나 음악가처럼 수많은 미술가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디스플레이·미술 결합 모델에 연계해 확장할 수 있는 시장 영역도 무궁무진하다.
전망 좋은 집 가격이 일반 주택보다 비싼 것은 풍경을 바라보며 눈을 호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기술 발달에 앞으로 벽과 창문을 UHD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등으로 마감하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진 디스플레이 기술을 잘 활용해 미술 산업을 활성화·대중화한다면 그 자체로 큰 시장이 열릴 것이다. 향후 다양한 방향으로 인류의 삶을 바꾸고 관련 시장을 확대해 갈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준비됐다.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jslee@simplex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