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비닐 우산 세 개면 부자가 될 수 없다

얼마전 샤오미폰 판매중단 헤프닝이 있었다. 샤오미 홍미노트3를 6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소식에 고객은 즉각 반응했다. 인터파크가 이틀 만에 중단결정을 내리자 항의가 빗발쳤다. 왜일까. 가격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가격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가 소비를 결정하는 핵심 잣대가 됐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중저가 시장에서 선전한 화웨이는 글로벌 넘버3, 중국 1위가 됐다.

전 지구적인 경기침체 속에 소비패턴과 행동양식이 변하고 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합리적 소비패턴이 그것이다. 소비자 반응은 비단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소비재도 마찬가지다. 광명에 들어선 가구회사 이케아 매장은 주말마다 차들로 가득 찬다.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빽다방은 1500원 아메리카노를 앞세워 주목받았다. 저가형 커피전문점은 당분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게 뻔하다.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 초입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 불황을 맞아 합리적 소비가 정착됐다.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과소비’는 사라진다. 플라스틱 머니를 이용한 가불경제에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지갑을 닫게 만든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 ‘과시소비’는 여전하다. 명품시장에는 오늘도 불황이 없다. 소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진다. 모두 가계부채 1100조 시대 그늘이다.

앞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내수침체는 장기화될 게 분명하다.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실업률은 올라간다. ‘코리아그랜드세일’ 같은 인위적 정부 주도 부양책은 일시적이다. 링겔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비닐우산 세 개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기상예보를 확인하지 않고 우산을 계속 구매하는 행동을 지적한다. 미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견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경고다. 한 발 앞서 예측하고 상상하면 부자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돈을 길에 흘리고 다닐 수 있음을 강조한다. 소비절벽 시대에는 이 같은 말 조차도 사치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거나 비가 오면 그냥 맞는 이들이 생겨난다. 선뜻 우산을 사기에는 지갑이 너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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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나라를 향해 돌진하는 삼각파도는 야속하게도 비구름을 잔뜩 몰고 왔다. 새해 첫 날 중국 증시폭락은 올 한해 우리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실물경제도 좋지 않다. 대중국 수출이 줄면서 차이나리스크가 커졌다. 미국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서면서 상승세다. 국내 경제상황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률 3% 달성도 힘들 전망이다. 경기침체 속 공공요금이 오른다. 간접세와 준조세 등 체감 세금도 상승 추세다.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가계가처분 소득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2016 병신년은 장맛비를 품은 먹구름을 한반도에 드리웠다. 험난한 한 해를 예고한다. 비닐우산을 많이 사는 우를 범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렵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다. 올해 가계부를 다시 봐야한다. 키워드는 가성비를 높이거나 시장경쟁 법칙을 바꿔야 한다. 합리적 소비족 마음을 훔쳐야 올 한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값 싸고 질 좋은’ 상품으로 승부하는 게 불황 시대를 헤쳐가는 생존법이 될 수 있다.


김원석 국제부장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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