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자동차세 일년치를 한꺼번에 내면 10%를 할인해준다. 분기마다 신경 쓸 필요 없다. 세금까지 할인해줘 매년 1월이면 인터넷으로 자동차세를 납부한다.
자동차세 납부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PC는 두 번이나 먹통이 됐다. 스스로 세금을 내려다 포기하기 십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자세금납부사이트에 접속했다. 로그인을 하려니 보안 프로그램이 내려온다. 잠시 후 웹 브라우저 작동이 중지됐다는 알림이 뜬다. 웹 브라우저를 종료하고 다시 실행한다. 공인인증서, 개인방화벽, 키보드보안 등 이른바 보안 3종 세트를 설치해야 납부할 수 있다. 지난해 금융 규제 철폐로 의무화가 사라진 보안 3종 세트는 건재했다. 보안 프로그램 세 가지를 설치하는데 PC는 수시로 작동을 멈춘다.
자동차세를 내는데 한 시간이 족히 걸렸다. 인터넷 클릭 한번으로 납부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인터넷 납부가 은행에 직접 가서 납부하는 것과 같은 시간이 걸린다는 결론이다.
원인은 공급자 중심 보안에 있다. 당초 인터넷 거래가 내세운 모토는 ‘간편함’이다. 전자거래를 노리는 사이버 위협이 증가하자 사용자 PC단에서 대응책을 추가했다. 고객을 배려하지 않은 보안 장벽이 작업을 힘들게 만든다. 불편해야 보안이 된다고 역설한다.
사물인터넷(IoT)과 핀테크 시대다. PC를 넘어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된다. 사이버 위협 접점이 늘어난다. 정보보호 패러다임은 보안 수준은 유지하면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유저블 시큐리티(Usable Security)’로 바뀐다. 보안도 고객 편의성을 생각해야 한다.
복잡한 보안 시스템은 자동차세를 미리 납부하려는 사람까지 돌려 세운다. 보안을 위해 편리함은 포기해야 한다는 논리. 이젠 설득력이 없다. IoT·핀테크 시대 이런 보안은 무용지물이다.
국내 보안시장에 글로벌 기업 파상공세가 거세다. 아직 IoT와 핀테크 보안시장을 선점한 업체는 없다. 강력한 보안기능에 편리함을 겸비한 솔루션이 기대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