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96>나는 정말 옳은가?

Photo Image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전부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라고 했다. 숭산 스님은 “오직 모를 뿐”이라는 설법으로 하버드 출신을 제자로 삼았다. 뉴턴은 스스로 “때때로 좀 매끈한 조약돌이나 예쁜 조개껍데기를 줍고 기뻐하곤 하지만, 저 진리의 바다는 전혀 비밀을 드러내지 않은 채 여전히 내 앞에 펼쳐져 있다”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뉴턴, 당신은 분명히 옳았다. 그렇지만 당신 시대에만 그랬다“라고 했다.

시험 볼 때 나는 분명히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면 틀렸다. 사회에 나와서도 내가 분명히 옳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가 틀렸다. 지금도 학생에게 옳다고 강의하고 나와서 보니까 잘못된 설명이었다. 도대체 내가 정확하게 아는 게 뭔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 우리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1000년 2000년 뒤에도 옳은 것일까.

우리 눈, 코, 귀, 입, 몸, 생각으로 느끼고 아는 것들이 정말 실재이고 사실이고 진리일까. 어쩌면 진정한 진실과 진리는 보이고 들리고 말하고 생각하는 범위를 넘어 서는 훨씬 더 크고, 더 넓고, 더 영원한 것이 아닐까. 우리의 오감과 생각은 이미 육신 유한성, 감각 울타리, 교육 범위, 문화 편견, 종교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백억광년 뒤면 이 우주도 사라진다고 하는데 이 자연 속에서 기껏해야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 우리가 아는 진실과 진리는 정말 진실과 진리인가. 절대적 진리가 없다는 것이 진리인가.

나는 나 스스로 내가 정말 옳은가.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 조직에 도움이 되었는가. 일을 추진하는 방식에서도, 일을 추진하는 속도에서도 내가 정말 옳았는가. 내가 구제 불능이라고 한 임원이 정말 그런 사람이었는가. 내가 자리를 걸고 추진했던 일들이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던건가. 지금 와서 자문해 보면 전혀 자신이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울 뿐이다. 정말 잘 모르겠다.

정치 지도자, 경영자, 노조 활동가, 종교 지도자, 환경 운동가, 가정을 이끄시는 분들 모두가 자기가 정말 옳은가 한번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자기의 주장이 정말 상대방과 그렇게 다른가. 자기가 목숨을 걸고 있는 그 신념이 정말 옳은 것인가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잘못된, 그릇된 신념으로 자기 자신과 사회·국가·인류·자연에 해를 끼친 헛된 지도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 때 그곳에서는 그 자신은 자기가 분명한 선이요 진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리를 찾아 가는 첫걸음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더 이상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자기가 틀렸을 때를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진실이고 제일 강한 것이 진실이다.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고 하는 순간에 우리는 다투게 된다. 내가 틀리고 네가 옳다고 하면 우리는 대화를 하고 배우고 이해하려 애쓴다. 지금 서로 자기가 믿는 신념과 진실을 가지고 서로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항상 대립하고 논쟁하고 다투는 것이다.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하나의 진리를 가지고 다투니 서로 승복할 리 없다.

이제 새해 들어 우리 모두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너는 왜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 봤으면 좋겠다. “아!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꼭 동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기 귀는 막고 내 주장만 쉬지 않고 하면 결국에는 끝없는 대립과 투쟁만 있을 뿐이다. 지금 정치·종교·문화·사회 각 분야에서 쥐꼬리 만한 지식과 어설픈 신념과 근거 없는 확신으로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는 분들도 조금 겸손해 지고 자기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다.

공부하다 보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공부는 하면 할수록 공부할 게 많아지는 법이다. 새해 들어 우리 모두가 아직도 공부할 게 많다는 것, 알아야 할 게 아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의 생각과 의견과 신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생각과 의견과 신념이 진리라는 측면에서 꼭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같이 받아 들였으면 좋겠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777@g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