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책도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 칼의 노래 등 소설 대여량도 급증했죠. 많이 찾는 책이 도서관 구석에 있다면 불편하겠죠. 인기 있는 책을 전진 배치하고 시의적절하게 구매하는 것도 도서관 역할입니다. 데이터 과학으로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수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남영준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한국정보관리학회장, 지식데이터베이스(DB)포럼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국내 데이터 과학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데이터 전문가다. 남 교수가 보는 데이터 과학은 “사회 현상을 읽는 학문”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현상을 해석하고 가치를 이끌어낸다는 의미다.
남 교수는 “데이터는 어디에나 산재해 있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빛을 발할 수 있다”며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해석하면 기존 설문 조사 등으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했던 이용자 요구 분석 등 다양한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에서 의미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매몰되면 안 된다. 컴퓨터 공학부터 인문학적 소양까지 큰 틀에서 데이터를 바라 봐야 깊이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남 교수가 데이터 과학에서 학문간 융합을 강조하는 이유다. 남 교수는 “데이터 과학이 성공하려면 통섭적인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융합은 데이터 과학자 교육의 핵심 방향”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과학자가 차세대 인재로 주목받으면서 관련 교육 사업도 한창이다. 대학과 산업계가 힘을 합쳐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인재 양성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데이터 과학자 전문성과 역할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력있는’ 데이터 과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남 교수는 “단순한 경험치나 교육 이수만으로는 진정한 데이터 과학자가 되기 힘들다”며 “정보 검색과 메타 데이타를 이해하고 데이터 과학 전체를 아우르는 실력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 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분야 전공 전문성을 살리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데이터 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산업계 참여도 중요하다. 산업계는 데이터 과학자의 실제 수요처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현장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남 교수는 “데이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산업계가 데이터 과학자 양성에 적극 참여하지 않으면 현실과 동떨어진 전문가가 나올 수 있다”며 “모든 산업에서 각 영역을 잘 이해하는 데이터 과학자가 필요한 만큼 현장 맞춤형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