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어깨가 무겁다. 최 장관은 이동통신 단말 지원금과 가계 통신비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현안에서 창조경제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 등 국가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국민 삶의 질과 우리나라 미래 성장이 최 장관 손에 달려 있다.
2016년 새해가 밝았지만, 국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안팎의 어려움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움으로 정면 돌파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전자신문이 정부과천청사에서 본분 강병준 부국장과 가진 2016년 신년 대담에서 최 장관은 창조경제 성과 창출을 앞당기기 위해 종전 창조경제 구현에 필요한 요소를 지원함과 동시에 연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ICT 산업 재도약 실행 방안인 K-ICT 전략에도 수정을 가해, 9대 전략 산업에 지능정보 기술을 추가하고, 새로운 시도로 가시적 성과를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세계적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담= 강병준 전자신문 통싱방송부 부국장
-새해가 밝았지만 안팎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래부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입니다.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돼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연말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되는 등 우리나라 개혁 행보가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산업경쟁력 약화와 청년 실업률 등은 당면 과제입니다.
안팎 어려움을 대처하기 위해 창조경제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미래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미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창조경제는 박근혜정부 상징적인 슬로건입니다. 미래부라는 새로운 부처를 만들고 지난 2년 동안 창조경제 인프라를 위해 전력투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제는 창조경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래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을 활용, 창조경제를 실현할 플랫폼을 마련했습니다. 다만, 점프를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동안 창조경제 각각 요소를 최적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새해에 미래부는 창조경제 요소가 필요로 하는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 규제 해소 등 지원을 지속함과 동시에 요소 간 매시브(Massive) 연계에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수요자와 공급자, 기초 과학과 응용 과학 등 요소 간 연계로 창조경제 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새해 성장 모멘텀 확보라는 화두를 실천하기 위한 절박감의 발로로 이해하길 바랍니다. 단편적인 것처럼 보여지더라도 연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경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전국 17곳에 지방자치단체, 대기업과 공동으로 인프라를 갖춰 놓은 상황입니다. 이제는 이렇게 구축한 센터를 국가 경제 성장동력으로 이어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전시성 센터가 아닌 실질적인 창조경제 구심 역할을 위해서 필요한 후속 사업은 무엇일까요.
▲전국 17곳 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가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와 비교, 11월 기준으로 창업 보육과 중소기업 지원이 10배 늘었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대기업 전담 지원 모델은 세계에서 유일한 사례이자 우리나라만의 강점입니다.
미래부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혁신을 도모하고 동반 성장을 이루는 마켓플레이스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새해에는 우수 중소·벤처기업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 기능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예산과 역량을 결집해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가 만들어지는 창조경제 인프라와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창조경제에 기대감이 높은 건 우리나라 경제 성장 엔진인 수출 중심 제조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갈수록 제조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분야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와 신흥국 추격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ICT산업과 수출형 제조업 모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ICT 산업과 수출형 제조업을 융합, 시너지를 창출하면 ‘스마트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ICT를 제조업에 융합해 제조업을 서비스화하는 등 신흥국이 모방하기 어려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입니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미래 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바를 실행하는 방법론이 지난해 3월 발표한 ‘K-ICT’ 전략이 아닐까요. 지난해 K-ICT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K-ICT 전략만큼 강력한 ICT 국가 전략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K-ICT 전략은 단순한 중장기 비전이 아니라,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ICT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한 실천 방법입니다. 정부의 일방 주도가 아닌 민간 참여를 전제로 했던 만큼 ICT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와 ICT 전략 타당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K-ICT 전략 발표 이후 부가가치·일자리 창출에 일부 성과가 있습니다. 기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새해에는 K-ICT 전략 주요 분야가 이륙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K-ICT 전략은 고정된 전략이 아닌 ‘롤링 플랜’입니다. 민간과 협력, 필요한 분야가 있으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해마다 10% 정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유망 분야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당장 새해엔 IoT와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등 9대 전략 산업에 지능정보기술을 추가합니다. 지능정보 기술 연구개발과 제품·서비스 발굴을 통해 지능정보 융합 활성화를 앞당길 예정입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 필요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결국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기본 뼈대는 ICT라고 생각합니다.
▲ICT는 세계 어디를 가든 환영받습니다. 그만큼 협력할 분야가 넘쳐난다는 말입니다. 타깃 시장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 걸림돌도 지속적으로 제거하겠습니다.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은 글로벌 거점을 활용해 현지 전문가 멘토링, 정부·대학과 연계한 현지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스타트업·중소기업·벤처기업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중남미, 아세안, 중유럽 지역협력체, 아프리카 등은 새롭게 형성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새해에는 KIC-베이징을 구축하는 등 중국 개발 수요에 참여해 글로벌 시장 진출 성과를 가시화할 방침입니다.
-지난 연말 중국에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현지 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기업과 관계자를 만나봤을 텐데요. 정말 중국이 우리가 강점인 ICT 분야에서도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느낌이 있으셨는지요. 우리가 중국과 협력할 분야는 무엇인지요.
▲상하이에서 K-글로벌 행사를 개최해 우리나라 기업과 중국 투자자·거래선 간 만남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베이징에선 ICT 장관 회담, 창업 기지 방문, 화웨이 등 중국을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중국이 옛날의 중국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중국에 대한 생각과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중국 전략은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전략에서 거대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메이드 포(For)’ 차이나 전략으로 변경됐습니다. 향후 ICT에 관한 한 중국인력·기술·자금을 과감히 수용하는 ‘메이드 위드(With)’ 차이나가 맞지 않나라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 강점을 살리고, 중국 강점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 보다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이점과 기회가 상당한 만큼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게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등 굵직한 현안에 궁금증이 상당합니다. 산업과 시장에서는 모든 촉각이 정부 쪽에 가 있는 상황입니다. 미래 비전도 보여주고 산업도 모멘텀을 만들어주고 시장도 활성화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모든 절차를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할 것입니다. 경제성과 공익성, 효율성, 공정성 등도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심사한다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제4이통 사업자 선정 심사는 차질 없이 진행 중입니다. 미래부가 정한 심사기준에 합당한 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제4이통 사업자가 제대로 선정되면 투자 등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점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제4이통 사업자 선정을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심사기준을 충족하느냐가 관건입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여부는 검토한 지 오래되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통신 시장 경쟁 구도 등 고려해야 할 이슈가 많습니다. 이해 관계자 의견을 충분하게 수렴하는 단계라고 이해해 주십시오. 제4이통 사업자 심사결과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결과 등을 고려해 경쟁촉진 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방안도 강구하겠습니다.
-가계 통신비는 역대 모든 정부 화두였습니다. 이번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단통법 등 다양한 정책으로 시동을 걸어서 성과도 나왔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해에도 경감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부는 통신 정책 초점을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에 두고 다양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후 이용자 합리적 선택과 이통사 요금제 개편, 제조사 단말 가격 인하 등으로 가계통신비가 감소 추세로 전환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합니다.
하지만 단통법 비판도 여전합니다. 미래부가 단통법에 이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게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책이 틀리지 않은데다 제대로 설명하면 비판이 지지로 바뀌지 않을까라고 기대합니다.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새해 알뜰폰 활성화 등 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 시장 자율적 요금 인하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방침입니다.
어르신 등 취약계층 요금 부담도 완화할 수 있도록 통신사업자와 긴밀하게 협의하겠습니다.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과 더불어 통신 시장이 성장 모멘텀을 잃지 않고 미래를 위한 토양을 다질 수 있는 정책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IoT 등 새로운 융·복합 서비스가 활성화되도록 미래부가 앞장서 기반을 다질 방침입니다.
-미래부 큰 축이 ICT와 과학기술입니다. 과학기술도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호흡이 상대적으로 짧은 ICT 분야에 비해 호흡이 긴 과학기술도 우리 경제를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분야입니다. 새해에 새로운 도약이 필요합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과학기술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미래에도 과학기술이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R&D 투자 규모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부족한 실정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투자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입니다.
미래부는 정부 R&D 체계를 혁신, 투자 전략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방침입니다. 중점 미래이슈에 과학기술 기반 대응전략과 정책분야별 투자현황을 분석, 중장기 투자방향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세계적 과학기술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기초연구에 투자를 늘리고 연구자 친화적 환경도 조성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자신문 독자에게 신년 덕담 부탁드립니다.
▲새해 전자신문 독자 여러분 가정, 기업 등 생활 현장에서 계획하고 추진하는 일에 큰 성과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새해에는 과학기술, ICT가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재도약을 위해 힘을 모으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리=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