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183억3100만달러 규모다. 새해에는 237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데이터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바야흐로 ‘데이터 홍수’ 시대다. 그렇다고 모든 데이터가 가치 있지는 않다. 진흙 속 진주를 발견하듯 데이터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사람을 ‘데이터 과학자(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 부른다.
데이터과학자는 데이터 수집부터 정리·조사·분석·가시화하는 전문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21세기 가장 매력적인 직종으로 데이터 과학자를 꼽을 만큼 관심도 높다. 매킨지 보고서는 2018년까지 미국에서 19만명 가까운 데이터 과학자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과학자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미래전략보고서는 2017년까지 52만개 빅데이터 관련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문가를 원한다. 새로운 통찰력으로 신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전략이다. 이동통신·보험·교통뿐 아니라 수많은 기기에서 데이터가 생산되면서 이를 활용할 방안이 필요하다.
데이터 과학자를 빼놓고 데이터 활용을 논하기 어렵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진정한 통찰력을 줄 수 있는 데이터 과학자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과학자에 대한 관심은 급증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이끌어내는 전문가는 찾기 힘들다”며 “체계적인 데이터 과학자 교육과 양성 시스템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공은 학계로 넘어왔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이 나서야 한다. 많은 대학에서 데이터 과학자 양성을 위한 학과나 교육 과정을 개설하면서 시장에 대응한다. 대학가에 ‘데이터 과학자’ 양성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과 손잡은 대학 ‘데이터 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개설 활발
한국EMC는 지난 2012년부터 산학협력으로 데이터 과학자를 양성한다. ‘데이터과학과 빅데이터 분석 교육과 자격증 과정’을 개설했다. EMC 산학협력 프로그램(EAA)에 참여하는 숭실대 등 여러 대학과 공동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데이터 과학자 역할 △산업별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사례 소개 △성공적 분석 프로젝트를 위한 방안 △데이터 분석 툴 R 학습 △하둡과 맵리듀스 등 분석 소프트웨어(SW) 활용법 등을 가르친다.
지난해 KAIST가 SAS코리아와 데이터과학자 양성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SAS 빅데이터 분석 환경을 KAIST에 조성하는 산학협력을 추진한다. 당시 SAS코리아는 “KAIST에 하둡 데이터와 연동되는 쌔스 빅데이터 분석 환경을 구축하고 교육 과정을 공동으로 개발할 것”이라며 “SAS코리아는 KAIST와 함께 실무에 강한 데이터 과학자를 배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피보탈코리아가 한국외국어대학 데이터시각화연구센터와 데이터 과학자 양성 교육을 위한 산학 협력을 체결했다. 피보탈 데이터 전략과 데이터과학 방법론 등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독립 대학원·학과 설립도 추진…예산 확보가 관건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전국 대학과 대학원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양성 지원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국내 23개 대학·대학원이 빅데이터 관련 교과목을 개설했다고 응답했다. 개설을 검토 중인 곳도 23개로 조사됐다. 초기에는 빅데이터 이론 교육과 함께 빅데이터 분석 모형 수립과 분석 도구를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고급 분석,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데이터 시각화, 비정형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하고 전문화된 수요가 교과 과정에 반영되고 있다.
충북대는 비즈니스 데이터융합학과를 통해 데이터 과학자를 양성한다. 경영정보학·정보통계학·SW공학 등 전공 교수와 업계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 2013년 빅데이터 경영 MBA 과정을 운영한다. 데이터에서 사회·경제·문화 현상을 통찰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데이터 과학자 양성이 목표다. 최근까지 16명 졸업생을 배출했고 50여명 학생이 재학 중이다. 졸업생은 빅데이터 분야 역량을 인정받아 금융·의료·마케팅·정보기술(IT)·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와 성균관대, 서울대 등에서도 빅데이터 과학과 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을 운영하며 데이터 과학자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데이터 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 과정 개설에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정보화진흥원 조사 결과 대학에서는 관련 ‘예산 확보’와 ‘빅데이터 분석 실습 인프라 구성’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데이터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표준 교육과정 수립도 시급하다.
◇교육부 프라임 사업, 데이터과학 열풍 불까
올해 대학에서는 ‘프라임(PRIME)’ 사업이 이슈로 떠올랐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을 의미한다. 정부가 대학별로 50억원에서 200억원까지 지원하는 이 사업은 이공계 중심으로 대학 정원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융·복합 학과를 운영해 새로운 산업 수요에 대비할 수 있는 대학을 선정한다.
프라임 사업으로 대학 학과 구조조정 바람이 불 전망이다. 산업 수요에 맞춰 학과를 합치거나 통합 운영하는 사례도 등장할 수 있다. 데이터과학이 수학·통계·문헌정보·경영·SW 등 다양한 학문이 결합된 만큼 프라임 사업에 가장 적합한 분야로 떠올랐다. 한 대학교수는 “데이터 과학은 정보 수집부터 분석, 활용까지 다양한 학문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공계 기반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프라임 사업 혜택을 받기 쉬울 것”으로 평가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