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업계는 굵직한 인수합병(M&A) 소식이 많았다.
네덜란드 NXP는 지난 3월 미국 프리스케일반도체를 167억달러(약 18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아바고테크놀로지스는 5월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약 41조원)에 인수했다. 6월 인텔이 알테라를 167억달러에, 10월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1조6500억원)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장비 4위 업체 램리서치가 5위 업체 KLA텐코를 106억달러에 사들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금융데이터 조사업체 딜로직은 올해 10월까지 반도체 업체 M&A 규모가 1006억달러에 달했다며 이는 지난해(377억달러)보다 세 배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새해에도 반도체 업계 M&A 바람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업체 KPMG는 최근 발표한 ‘세계 반도체 산업 조사’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계 고위 임원 10명 중 9명이 내년 M&A 규모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M&A를 하는 이유로 “매출 정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새해에는 올해보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성장 돌파구로 M&A로 풀겠다는 주요 기업들의 전략은 큰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는 올해보다 더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은 최근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키로 하고 자국 기업에 M&A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올해 이뤄진 M&A 가운데 옴니비전, NXP 무선주파수(RF) 사업부 등이 중국 자본으로 넘어갔다. 샌디스크를 매입한 웨스턴디지털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금이 들어갔다. 웨스턴디지털을 앞세워 샌디스크를 우회적으로 사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중국 반도체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대만 패키징 업체 파워텍 지분 25%를 6억달러(70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최근에는 135억위안(2조4500억원)을 투자해 메모리 칩 후공정업체 대만 SPIL과 칩모스 지분을 각각 25%씩 확보했다. 칭화유니그룹 산하에는 시스템칩 전문 팹리스 업체 스프레드트럼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있다. 메모리 전공정 생산 기술력만 확보하면 삼성전자 같은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최근 대만의 주요 반도체 인력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기술자에게도 매력적인 취업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인력 이탈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