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와 에릭슨이 네트워크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키로 전격 합의하면서 국내에도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시스코코리아와 에릭슨엘지가 당장 내년 초 성과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면서 국내 장비시장도 ‘새판 짜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스코코리아와 에릭슨엘지 임원진이 이번 주 업무 협력을 위한 세부 논의를 시작한다. 지난 9일 글로벌 사업·기술 파트너십 체결 후속 조치다. 국내 시장에서도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 사업을 위한 세부 사안을 조율한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만큼 한국시장 업무 협력에 나서겠다”며 “내년 초 가시적인 협업 성과가 나오도록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릭슨엘지도 “국내 차원에서도 글로벌 파트너십에 따라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두 회사가 상호보완적 기술·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에 큰 영역에서 협력 방향을 찾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전통적 네트워크 장비 사업으로는 국내 시장을 돌파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만큼 사물인터넷(IoT)과 미디어 시장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한다. 시스코와 에릭슨 협업으로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이 업계 관심으로 떠올랐다. 지난 4월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 인수 발표로 유·무선 통합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인수와 협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셈이다.
급부상한 중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네트워크 업체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일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않으면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뒤쳐지기 쉽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 사업에서 경쟁력을 과시하면서 기존 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 결과”라며 “국내 시장은 다국적 기업과 중국 화웨이, 국산 장비 업체로 3강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 사업을 따로 진행했던 기업은 경쟁력 확보가 시급해졌다. 대표적 사례가 주니퍼네트웍스다. 주니퍼는 기존 에릭슨과 협력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했다는게 업계 평가다. 그러나 에릭슨이 시스코와 손을 잡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코가 에릭슨과 함께 사업을 하게 될 공산이 커지면서 주니퍼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산 장비업체도 마찬가지다. 다국적 기업 인수합병과 파트너십 구축은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동통신사 설비 투자가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힘든 네트워크 장비 산업에서 경쟁업체 리스크가 더욱 커진 셈이다. 한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 관계자는 “기존 국산 장비 업체들이 강점을 보였던 지역·공공사업에서 시스코 등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며 “해당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