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카르텔 OPEC, 증산 정책 제동 걸리나

지속적인 저유가 상황에도 아랑곳 않던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 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내년부터 국제시장에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한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부 재정이 악화된 데 따른 조치다. 저유가가 이어지면 증산 정책을 고수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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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외화표시채권 발행으로 사우디 부채 비율이 올해 6.7%에서 5년 내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으로 급등한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115달러에서 50달러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나면서 수익률도 급감했다. 외환 보유고는 9월 기준 6470만 달러로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멘 내전에 개입하면서 적지 않은 비용도 지불했다.

사우디 경제성장률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다. 석유를 제외하면 국가 성장률은 지난해 5%에서 올해 2.9%로 내려갈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봤다.

OPEC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약소 산유국 반발도 거세다.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하마드 알 룸히 오만 석유·가스장관은 아부다비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OPEC의 현행 산유량 기준이 무책임한 수준”이라며 “OPEC이 저유가에 일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만이 OPEC의 석유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는 등 저유가에 어려움을 겪는 산유국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내달 4일 열리는 OPEC 석유장관 회동을 앞두고 OPEC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와 알제리 등 OPEC 내 약소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로 OPEC 회원국들은 내달 석유장관 회의에서 승인될 내부 자료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OPEC 12개 회원국이 하루 3157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면서 세계적으로 하루 100만배럴 가량의 공급 과잉을 낳고 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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