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선의 '프로이트 레시피']궁합을 맞추면 음식도 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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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우 아욱국을 가을철 별미로 친다. 한 그릇 앞에 놓고 있으면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머니가 사셨던 마포가 생각난다. 그곳은 은방울자매가 부른 노래 ‘마포종점’으로도 유명했는데 서해에서 나는 갖가지 해산물이 모였다. 마포에 사시면서 새우를 쉽게 구하셨던 할머니는 겨울에 잡히는 잔새우로는 동백하젓을, 6월에 잡은 새우로는 육젓을, 가을철에 잡은 새우로는 추젓을 손수 담가 드셨다. 그러다가 쉽게 구하는 새우와 영양가가 높고 맛이 있는 아욱이 손을 잡고 태어난 것이 새우 아욱국이었다. 된장을 푼 물에 아욱을 넣어 끓이는 아욱국은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을 닫고 먹는다’고 할 만큼 유난히 맛이 있었다. 거기에다 새우까지 넣고 끓였으니, 맛이 기가 막혔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에 아욱밭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아욱은 오래되고 인기 높은 채소다. 비타민, 무기질, 칼슘이 풍부한 알칼리 식품인 아욱국에 새우를 넣는 이유는 맛도 좋아지지만 채소 국에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우리 음식에 담긴 맛과 영양의 궁합 맞추기는 조상님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에서 나온 과학이다. 우리는 이를 약식동원이라 부른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으니,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의미에 깊이 동감한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필자소개/고재선

그래픽 디자이너로 국내외에서 활동해 왔으며 식문화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밝다. 음식을 맛 이전에 다양한 시각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파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글과 시각적 요소의 통합을 위해 직접 이 책의 북 디자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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