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용 리튬배터리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2018년 중국과 일본을 앞지르고 1위를 달릴 전망이다. 그동안 열세였던 일본은 내년에, 중국은 2018년에 차례로 추월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 한국이 우세에 있는 소형 리튬배터리(원통·각형·파우치형)는 2018년께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모두 추월해 독주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일본 후지경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은 1200㎿h를 생산한 반면에 중국과 일본은 각각 3800㎿h, 2000㎿h를 생산했다. 중국은 내수시장이, 일본산 배터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매 1·2위인 닛산 ‘리프(Leaf)’와 테슬라모터스 ‘모델S’ 공급분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말부터 글로벌 완성차업체 전기차 새 모델이 출시됨에 따라 공급처를 가장 많이 확보한 우리나라가 내년부터 일본을 앞지르고 2018년엔 중국까지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에 원통·각형·파우치형 등 소형전지 위주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중국에서만 33억9600셀이 생산됐고, 한국과 일본은 각각 12억셀, 9억셀에 생산에 그쳤다. 한국과 일본 소형전지 셀 생산량은 매년 소폭 줄어 2019년이면 한국은 10억셀, 일본은 8억셀로 줄어드는 반면에 중국은 40억셀 생산 대국에 올라설 전망이다.
글로벌 이차전지 70% 이상을 차지하는 납축전지 분야 역시 중국 독주가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납축전지(개당 576Wh) 3억5000만개를 생산했으며, 한국과 일본은 각각 4800만개, 3000만개를 생산했다. 이 기간 북미·남미에서 2억3000개가 생산돼 이 지역 납축전지 생산수요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차전지 전체 시장은 약 70조원으로 납축전지가 47조원, 리튬계 이차전지는 23조원을 형성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도 전기차용 배터리를 제외한 전 분야에 걸쳐 중국 생산독주가 예상된다. 지난해 47조원 납축전지 시장에서 중국산 전지가 42%를 차지했고, 원통·각형·파우치형 등 소형전지 시장에서도 중국산이 52%를 차지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향후 한국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지만 거대 안방시장을 앞세운 자국시장 보호정책 탓에 전망대로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전지산업 공동화 현상도 우려된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비용 절감과 거대시장 접근성을 위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김에 따라 오히려 자국 내 생산경쟁력은 쇠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은 일찍이 중국에 합작법인 형태로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글로벌 최고 수준 중대형 리튬이온 이차전지 기술로 중국 입성 때 환영까지 받았지만 기술유출 우려는 더 커졌다. 올해 초 중국 외국투자청은 신에너지자동차 핵심부품을 제조하는 외자기업 지분을 내년부터 50% 이하로 낮췄다. 합작사 설립 말고는 중국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 합작사 설립 장벽은 높아진 셈이다. 합작법인 설립에 지분 참여가 줄어드는데다 이들 대기업 신설 공장은 중대형 이차전지 핵심인 셀 기술부터 패키징 등 일괄 공정체계를 구축하는 추세다. 일부 대기업은 단계적으로 셀 기술을 현지에 이전한다는 조항까지 계약에 넣었다. 한국과 일본만 보유한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중국에 흘러갈 수 있는 개연성이 커진 구조다.
한국 배터리 전문인력 유출과 취업 불안도 장기 악재다. 우리나라 배터리 전문 기술·개발 인력 고용이 계속 줄어드는데다 다수 배터리 핵심 소재 기업 경영악화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지만 열악한 중소기업 자금력 앞에 쉬운 결정이 아니다.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생산비용뿐 아니라 시장 접근성 등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시장은 커져도 정작 국내 일자리 창출이나 소재기업 간 협력체계 보다는 중국시장에 빠르게 대처하는 게 더 급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국가별 생산량 (단위 :천셀) / (자료:후지경제(글로벌 이차전지 시장동향)·한국전지연구조합)>
<전기차용 리튬이온 이차전지 국가별 생산량 (단위 :㎿h) / (자료:후지경제(글로벌 이차전지 시장동향)·한국전지연구조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