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2-Let`s SEE Emerging] 자동차 `스마트` 신기술로 신시장 개척

자동차 산업이 변곡점에 진입했다. 전기·전자 및 IT와 융합한 ‘똑똑한’ 자동차 기술이 등장하면서 신구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다. 대표 기술이 바로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이다. 차세대 자동차 기술 개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자율주행이다. 구글, 애플을 비롯한 IT 업체도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업체의 상용화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로 대표되는 주도권 세력과 신흥 세력인 전자 및 IT 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래 자동차 산업 주도권은 자율주행을 비롯한 신시장 선점 여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세계 5위 위상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융합을 바탕으로 한 신시장 개척 전략은 부족하다. 미래 기술 혁신 방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국내 완성차와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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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자동차는 2020년 본격적인 확산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서유럽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율주행차는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85%에 달하는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또 2035년 판매되는 자동차 넉 대 중 석 대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될 전망이다. 세계 시장 규모도 올해 5조8000억원에서 2035년 743조원으로 수준으로 연평균 56% 성장한다. 향후 자동차 시장 패권을 좌우할 신시장인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은 자율주행 시스템 원천 기술 확보와 기술 격차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해 신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이다.

문종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카 PD는 “선행 차량 속도에 따라 가속과 감속, 정지 및 재출발 등을 자동 제어하는 초기 단계(레벨1) 자율주행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됐다”며 “2020년께 본격적인 확산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핵심 부품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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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기·전자 및 IT 융합을 통한 차세대 자동차 기술 혁신 역량에서 선진국에 크게 뒤처진다. 자동차 안전, 편의 및 융합 기술을 포괄하는 스마트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와 비교해 84% 수준이다. 자율주행 기술로 한정하면 우리나라 수준은 74%로 기술 격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을 100%로 가정했을 때 유럽은 97.4%, 일본은 92%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도 20%포인트(P) 가까이 차이난다. 이를 기술 격차 기간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2년 이상 뒤진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주요 부품을 수입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에 다다랐지만, 부품업체들은 차세대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가 전무하다. 앞으로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가 스마트 자동차 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은 산업 전체를 뒤바꾸는 패러다임 혁신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와 기계 중심 튼튼한 후방 산업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은 세계 5위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양적인 팽창이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기술 혁신은 부품 개량을 통한 성능 향상에 머물지 않고 전혀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한다. 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미 예전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업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이스라엘 벤처기업인 모빌아이는 자율주행 시스템 근간이 되는 카메라 센서 이미지 처리 및 모듈 원천 기술을 토대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모빌아이 기술이 없으면 자율주행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할 정도다.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모빌아이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신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개발 고도화 및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우선 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스마트 센서 시스템 경쟁력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차량용 핵심 소자와 스마트 센싱 시스템 개발을 병행해 완전한 국산화 기반을 갖춰야 한다. 이는 자동차 산업 생태계 사활이 걸린 문제다.

또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를 중심으로 전자·ICT 등 다른 산업과 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자동차 분야로 진출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LG가 기존에 강점을 가진 무선통신 및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IT 융합의 긍정적인 신호다.

정부 차원에서는 시급한 국내 부품 업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선택해 집중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전략이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건설부 등 유관 부처 간 협력이 절실하다.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콘텐츠 및 서비스 개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 신시장이다. 운전 부담이 줄어든 운전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사업 준비가 필요하다.

주영섭 서울대 공과대학 산학협력위원장은 “자율주행을 포함한 스마트 자동차 산업 육성은 우리나라 산업 미래 경쟁력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부처와 산업 간 경계를 뛰어넘는 ‘초협력’과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거대 융합 서비스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별 스마트 자동차 기술 수준 및 격차

(자료: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창간 33주년 특집2-Let`s SEE Emerging] 자동차 `스마트` 신기술로 신시장 개척
[창간 33주년 특집2-Let`s SEE Emerging] 자동차 `스마트` 신기술로 신시장 개척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