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미래를 보다-이머징 기업 CEO 열전

구글이 세계 최고 미래학자로 선정한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미래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선 현실 가능성이 큰 개연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시나리오를 만든 후 다각적인 추적에 나선다면 미래 문은 조금씩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세상)에서 오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며 구체화한 비전을 펼칠 때 미래는 어느덧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얘기다. 이어 가장 실현 가능한 미래 이머징 산업으로 드론·사물인터넷(IoT)·무인자동차·가상현실 등을 꼽았다. 전자신문이 드론·가상현실(VR) 게임·스마트카·핀테크·스마트팜 등 이머징 산업분야 국내 대표 CEO 5명의 생각과 포부를 들어봤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가 가장 유망한 이머징 산업이라고 확신했으며, 이머징 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SW와 센싱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IT 인프라는 이머징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이머징 산업 기업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가 국가 차원 생태계 구성에 힘써 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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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기 바이로봇 대표]

생산기술연구원에서 6년 동안 로봇을 개발한 경력으로 2011년 바이로봇을 창업, 소형 비행로봇 제작에 돌입했다. 창업 후 2년 만에 완구용 비행로봇 ‘드론파이터’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 2013년 12월 첫 양산에 들어갔다. 드론파이터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키덜트도 즐길 수 있는 비행로봇으로 누적 판매대수 2만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립이나 보수가 쉽도록 부품을 모듈화해 해외직구 수입산 제품 증가와 중국산 저가 드론 공세 속에서도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황대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대표]

우리나라 최초 VR게임 ‘모탈블리츠VR’를 제작했다. 건슈팅게임 ‘오퍼레이팅 고스트’와 닌텐도용 게임 ‘마법천자문DS’ 등도 대표 참여 작품이다. 마법천자문은 국내에서만 20만장 이상 판매한 히트상품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큘러스 개발자 회의에서 호평을 받았고 지난 3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삼성 기어VR를 소개하는 콘텐츠로 참가했다. 현재 대형 연예기획사와 손잡고 ‘아이돌 유니버스’라는 VR게임을 개발 중이다.

[백원인 이미지넥스트 대표]

카메라·영상 처리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량 주위를 사각지대 없이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SVM 시스템 ‘옴니뷰’를 개발했다. 독자 SW 특허와 HW 디자인 역량을 갖춰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애프터마켓에도 제품을 공급하며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주차보조 장치와 블랙박스를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 기술을 접목해 주차할 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360도 영상 제공 기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승욱 나래트랜드 대표]

농업에 ICT를 접목해 시설원예와 과수 분야에 스마트팜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보온커튼, 이산화탄소공급, 에어컨, 급수, 난방 등을 원격 제어하는 기술로 작물 재배를 위한 최적 조건을 만드는 솔루션으로 농가 수익확대와 노동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농장 주인은 멀리서도 스마트폰과 PC 등으로 농장 상황을 알 수 있다. SK텔레콤과 세종시가 함께 추진 중인 세종창조경제센터 스마트팜 시범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완수 웹케시 대표]

최근 핀테크 이슈와 함께 전자금융솔루션 분야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10년 넘게 전자금융시스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오며 금융기관 인터넷 뱅킹을 비롯해, 정부·공공기관·기업에 자금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은행 전산망과 기업 회계처리시스템을 직접 연동해 자금을 관리하는 솔루션으로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핀테크 SW 분야 외 사업은 분사를 진행하면서 핀테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이머징 후보들 핵심은 ‘스마트’

‘다다익선’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한 나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이머징 분야는 많을수록 좋다. 당연하게도 5명의 대표가 꼽은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 이머징 분야는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IoT·3D프린터·로봇·첨단의료·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를 언급하면서도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가 곧 이머징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상기 바이로봇 대표는 로봇에 큰 기대를 걸었다. 과거 대량생산 도구와 달리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이 유망할 것으로 봤다. 드론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로봇이다. 그는 센싱·통신·데이터 처리 등 드론에 적용하는 최신 기술이 무인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등 모든 이동형 로봇에 적용되며 서비스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했다.

황대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여러 이머징 분야 중 가상현실(VR)이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중에서도 머리에 고글처럼 쓰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HMD) VR는 TV·스마트·컴퓨터 디스플레이 시장에 큰 변화를 이끌고 교육·의료·안전·건설 분야에 확장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원인 이미지넥스트 대표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특정 분야보다는 전체 이머징 분야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기능을 필수로 꼽았다. 스스로 제어하는 미래 자동차 사례를 들며 이런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센싱 기술 중요도가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1차 산업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농업에서도 스마트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최승욱 나래트랜드 대표는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농작물 탈출구로 스마트팜을 지목했다. 점점 작물을 키우기 어려운 기후와 다양해진 현대인 입맛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품종 고소득 작물경작에 첨단기술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IT와 접목한 스마트 영농기술로 고부가 작물 재배는 물론이고 농업 수출산업화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윤완수 웹케시 대표는 방법론 전환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개인화가 빨라지면서 전통 산업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바뀌는 과정도 이머징이란 견해다. 운송·숙박·미디어·자동차·주택 등 거의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고 윤 대표가 종사하는 핀테크도 그 중 하나다. 10년 후에도 금융은 여전히 존재하고 규모도 커지겠지만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 행동은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머징 분야가 가져올 새로운 산업 생태계 변화를 준비할 때

국가 산업경제는 대기업 중심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제조업 기반 산업이 성숙기 중반을 지나고 기업도 규모가 커지면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신기술과 신문화에 빠른 대처는 중소 벤처기업이 주도하고 대기업은 이를 침범하기보다는 상생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백 대표는 대기업 수직계열화 구조 경직성을 꼬집었다. 첨단장비 지능화와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 산업에서 기술과 원가 혁신이 필요하지만 수직계열화 구조가 그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백 대표는 국가 차원 첨단 연구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최 대표는 대중소 경쟁을 멈추고 다시 세계 시장 내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하는 과거 행태를 버리고 진취적 기업가 정신을 다시 살려 세계를 경쟁상대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관련 보호 정책 필요성도 언급했다. 지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이 변화에 과감하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주고 그 결실이 시장에서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투자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원한 이머징 분야는 없다

이머징 분야 자격 요건으로는 변화에 빠른 적응력을 꼽았다. 영원한 이머징 분야는 없으며 지금 제조업 중 다수가 과거 이머징이었듯 지금 이머징 분야가 훗날 도태산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황 대표는 이머징이 가지고 있는 사전적 의미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 생겨나는 가치와 기술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 대표는 진정한 이머징은 기업과 기술이 아닌 시장이 만들어 간다고 정의했다. 시장이 요구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해야 진정한 이머징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는 내수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는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사례가 많지만 초기에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은 만큼 산업 초기 정부 보호 가운데 충분한 시장검증을 거친 분야가 세계적 수준 이머징 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대표는 이머징 시장 유지 조건으로 새로운 에너지·재료·자율주행시스템·센서·로봇 등 요소 기술 발전을 중요시했다. 기술 발전과 디자인 혁신, 소비자 욕구는 갈수록 빠르게 진화하고 다양해지는 만큼 소량 다품종, 사용자 안전과 환경보호 등을 고려한 스마트팩토리4.0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체와 영혼의 조화, SW에 올인하기보다는 HW와 융합 추구해야

향후 산업을 이끌어갈 주축으로는 SW경쟁력을 중요시하면서도, HW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향후 시장 경쟁력은 SW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기 시장은 하드웨어 제조업 분야가 시장 성장을 이끌지만 하드웨어가 확산되고 나면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자 영향력이 크다는 시각이다. 단순 제조업 분야보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애플 iOS마켓과 같이 다양한 콘텐츠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W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지만 HW기반이 없으면 100%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 대표는 SW의 논리적 사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HW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드론은 같은 HW에 다른 SW를 올려 다른 제품을 탄생시킬 수 있지만, 이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SW는 물론이고 HW 이해도 함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도 센서, 하드웨어와 같이 융·복합해 모듈화하는 기술이 선행돼야 SW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또 자동차 분야에서 SW는 자동차를 제어하고, 자율주행과 운행 중 안전주행과 사고회피를 돕거나 운전자에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며 개발자 능력이 SW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SW 생산과 검증이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머징과 이머징의 만남

“이머징 분야끼리 융합은 어떠한 모습일까.”

대표 5명 모두 현재 종사 분야에서 다른 산업과 융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다수 아이디어 중 전자신문이 꼽은 5개 분야 내에서 융합을 검토 중인 곳도 있었다.

최 대표는 스마트팜과 드론 융합을 추진 중이다. 작물 재배 시 문제가 되는 조류와 절도 피해를 드론을 이용한 알고리즘으로 예방한다는 구상이다. 센싱과 빅데이터 기술도 놓칠 수 없는 융합 분야다. 이미 각종 센서모니터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설하우스 원격 자동제어로 작물에 최적 환경을 만드는 스마트팜 SW를 보유하고 있다.

지 대표는 드론과 VR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 사람 눈을 대신한 항공촬영과 VR 기술을 융합하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제는 성공사례 나올 때…정부의 역할도 중요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이머징 분야가 지속되려면 무엇보다 성공사례 도출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소벤처 중심으로 짜인 이머징 시장 특성상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윤 대표는 국내 핀테크 산업이 매우 활발하게 잠재력을 축적하고 있다며 정부의 끊임없는 정책과 제도 혁신으로 산업 발전 토대가 하나씩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람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이 목표만 달성하면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 진보도 필요하다. 지 대표와 황 대표는 △드론 활용 분야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멀미현상과 피로감을 개선한 VR 기기 등을 예로 들며 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도와 인프라 아쉬움도 있다. 최 대표는 정부 농가 정책이 아직까지 보도블록 깔기처럼 연말에만 급박히 이뤄지는 점을 꼬집으며 지속적이고 시의적절한 지원이 있어야 기업도 성장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스마트카 자율주행을 사례로 들며 관련 법령과 도로시설, 테스트베드 등 인프라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자율주행 요소기술인 센서 분야와 관련 청년 전문가 육성 교육기관 커리큘럼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머징은 전통산업과 융합이다

독자적인 힘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머징 산업은 없다. 다섯 이머징 분야 대표의 의견 속에 묻어난 결론이다. 이들은 기존 산업 편리함과 새로움에서 이머징 분야가 태어났고 계속해서 기존 산업에 새로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대표는 게임과 VR 융합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인터넷 게임 강국이라는 배경을 십분 활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스마트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첨단 무인 자동화 분야의 세계 경쟁력 그리고 이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인적자원 등 이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각 산업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윤 대표는 대부분 이머징이 핀테크처럼 전통산업과 IT융합, 즉 플러스 테크에서 나올 것으로 진단했다. 과거 모든 산업은 외국에서 주도했지만 가장 좋은 IT 인프라와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국민성을 활용하면 이머징 산업 시대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