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버즈 올드린 특별인터뷰

우주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지의 영역이다. 인류 미래를 위해 지구를 넘어 반드시 개척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주 영토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선진국보다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미래 영토인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추격에 나섰다. 오는 2020년에는 독자 기술로 달 탐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우주개발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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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 달 착륙 우주인 버즈 올드린이 전자신문 창간 33주년을 맞아 특별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버즈 올드린은 “한국은 통신 분야가 우수해 미래 우주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우주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전자신문은 창간 33주년을 맞아 현존하는 지구인 중 가장 먼저 달에 다녀온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을 초청해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주 개발에 대한 올드린의 견해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들어봤다.

-한국전에도 참전했었고 이후 2번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 방문 이후 약 8년 만의 방한이다. 감회는 어떤지.

▲한국과 인연은 특별하다. 미국에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기 1년 전에 일본에 왔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북한이 한국을 침공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사관학교에서 비행교습을 마치고 1953년 초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수원에 있는 부대에 배치됐고 전투기를 몰고 전투 미션을 위해 66회 출격했다. 출격 중에는 2대의 미그15기를 격추했다.

이후 달에 다녀왔고 동료인 닐 암스트롱, 마이클 콜린스와 함께 대통령 초청으로 방한했었고 지난 2007년엔 한국전에 참전했던 비행사들과 함께 방한했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엄청난 발전을 했다. 첨단 우주분야를 봐도 우주 선진국들과 함께 우주정거장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한국 우주인이 달을 탐사하는 날도 올 것이라고 본다.

-달에 다녀온 우주인으로 유명하다. 달에 착륙했을 때의 경험과 소감을 얘기한다면.

▲달 풍경을 본 뒤 ‘황홀한 폐허(magnificent desolation)’처럼 적막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사실 우주인은 착륙선 없이 미리 달에 가보기도 했고 실패도 해봤기 때문에 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달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은 달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이들에게 달에 대해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이 달 착륙에 대해 무엇을 기대할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솔직한 느낌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 위해 황홀한 폐허라고 얘기했다.

-달에 다녀온 뒤에는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우주로 갈 때보다 지구로 돌아올 때가 훨씬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갈 때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하면서 순식간에 영웅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구로 다시 돌아와서는 무엇을 할지가 불확실했다. 돌아온 뒤 방황한 시기도 있었다.

이후 마음을 정리하고 여러 활동들을 했다. 우선 여러 훌륭한 작가들과 함께 많은 책들을 썼다. 나는 좋은 작가는 아니다(웃음). 유아를 위한 과학책을 2권 썼고 공상과학소설(SF)도 몇 편 썼다. 자전적인 이야기와 높은 수준의 학생을 위한 우주항공 서적도 썼다. ‘웰컴 투 마스’가 가장 최근 책이다. 현재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은 2년 전에 출간한 ‘미션 투 마스’인 것으로 안다.

-현재까지 우주 전도사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인류가 달을 기반으로 해서 화성 탐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 24명의 미국 우주인이 달에 다녀왔다. 그 중에서 12명이 착륙하는 행운을 얻었다. 달에 다녀온 우주인 중 16명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제는 화성으로 무대를 옮겨야 한다. 나는 우주를 위한 정치인과 같은 활동을 한다. 인류가 달에 갔다 왔으니 이제 국제 사회가 공조해서 화성 탐사를 같이 해야 한다. 미국이 선도하고 국제사회가 공조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구와 달의 궤도를 연구한 결과 지구와 화성 사이에서도 공통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다음달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리는 국제 천문학자 회의에 이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를 활용한 계획이 ‘화성을 점령하기 위한 회전 길(Cycling Pathways to Occupy Mars)’이다. 자세한 것은 버즈올드린 닷컴에서 보면 된다.

-인류가 우주 기술을 개발하고 우주로 진출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고 있나.

▲우선 인류의 속성을 보면 항상 움직이길 원했고 물건을 수송하길 원했다. 이를 위한 기술은 바퀴, 철로, 도로, 엔진, 프로펠러, 제트엔진, 로켓 등을 거치며 계속 진화 발전해왔다. 인류의 이런 속성은 기술과 과학 발전에도 많이 기여했다. 달을 넘어 화성을 탐사하면 태양계에서 더 많은 행성을 탐험할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인류가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것을 멈추면 그 순간 퇴화할 것이다.

우주는 정치적인 역할도 할 수 있다. 냉전시대를 종식시키는데 우주정거장에서 미국과 소련이 공조한 것이 도움이 됐다. 과거 미국을 보면 케네디 대통령 당시 스푸트니크 위성을 발사한 구소련에 우주 분야에서 뒤져 있었다. 냉전 상황에서 경쟁에서 뒤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유인 달 탐사를 추진했다. 당시 달 탐사 예산은 미국 연간 예산의 4%나 됐다. 그 결과로 2명이 달에 착륙해서 달에 머물다 돌아왔고 2~3개월 마다 다시 가는 것을 7번 했다. 그 중 6번을 성공했다. 달에 가는 것을 멈춘 후 우주 계획이 우주정거장으로 발전했는데 여기서 소련과 협력 미션을 했다.

지금은 우주가 미국과 중국 관계를 푸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 관계는 지금 중국과의 관계보다 훨씬 심각했다. 우주에서 함께 공존함으로써 냉전시대를 극복했고 국제사회와 함께 우주정거장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도 우주상에서 함께한다면 평화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권 위에서 관계를 푸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미국과 중국 외교관계에 도움을 주고 싶다.

-외부에서 볼 때 한국 우주기술을 평가한다면.

▲한국 우주기술 수준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사례를 많이 들어왔다. 대통령이 우주 활동 지원에 적극적이라는 말도 들었다.

또 하나는 삼성전자 같은 뛰어난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통신 분야에서는 굉장히 성공했고 기술적으로는 애플보다도 훨씬 앞서 있다. 이런 한국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우주 분야에서 담당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기술은 개발되면 빠르게 (다른 분야와) 교류된다.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산업 역량으로 연결하느냐다. 기술을 생산성으로 이끌어 내는 능력이 핵심이다. 한국은 ICT, 자동차와 선박 제조 능력 등에서 우수하다. 이것을 보면 한국이 우주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고 이를 산업화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2020년 무인 달 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달 탐사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있다. 반대하는 측은 달 탐사에 그렇게 많은 예산(돈)을 쓰는 것보다 복지 등으로 예산을 돌리자고 한다. 이런 논란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우주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많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주기술 연구를 하다보면 여기서 나온 기술이 다른 분야에 미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주 기술은 사람들의 삶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주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하던 기술은 암을 찾는 기술로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자동차 등 현재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이는 많은 기술들도 우주 기술 개발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그 다음으로 자원개발 확보라는 상업적인 차원에서도 들여다봐야 한다. 달은 물론이고 소행성이나 다른 행성에는 지구에 없는 많은 자원들이 존재한다. 인류가 달을 기반으로 해서 화성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면서 지구에 없는 자원을 개발하는 측면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달 탐사와 관련해 세계를 3개의 그룹으로 나눈다면 첫 번째는 가장 먼저 달 탐사를 진행한 미국이다. 이제 미국은 두 번째 그룹인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우주 관련 기관들과 함께 연구한다. 세 번째는 향후 달 탐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한국과 인도다.

한국이 앞선 그룹들과 함께 우주 연구에 참여한다면 향후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미래에는 달이나 화성에 우주인이 거주하면서 연구를 수행할 텐데 이들이 생활할 탐험 모듈이나 실험랩을 만드는데도 참여할 수 있다.

-달 탐사가 조작이라는 음모론 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음모론자의 이야기는 달 탐사와 우주개발에 대한 대중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매우 유용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웃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판타지인지 안다. 유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예외적인 주장은 예외적인 증거가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음모론자의 주장이 근거가 있으려면 그에 맞는 근거도 있어야 한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앞으로도 매우 바쁘게 활동할 계획이다. 첫째는 내년에 미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리고 임기 중에 인류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게 된다. 이를 계기로 인류가 화성에 착륙할 수 있는 의지를 약속하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년에 선출된 대통령의 2기나 그 다음 대통령, 혹은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는 화성에서 인류가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

개인적으로는 플로리다텍과 함께 설립한 우주항공 관련 교육기관인 ‘버즈 올드린 인스티튜트’를 잘 키워가는 것이 목표다. 미국인과 세계인들에게 어떤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관련해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겠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