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하이닉스는 잊어라…`시장 선점` 팔 걷은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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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달라졌다. 투자비 부족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양산하지 못하던 과거 한계에서 벗어났다. 반도체 사이클이 짧아진 만큼 경쟁사보다 미리 개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투자 규모도 크고, 제품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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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5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개최한 `M14 준공 및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D램 시작으로 줄줄이 ‘업그레이드’

M14는 3분기부터 20나노 D램을 생산한다. M14는 지난 1997년 이후 18년 만에 지은 300㎜ 전용 반도체 생산 공장이다. 2층 규모 팹에 장비를 모두 채우면 최대 월 20만장 규모 웨이퍼를 생산한다. 이 규모라면 부족한 D램 공급량을 채울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월 3000장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춘 후 점차 양을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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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4 준공식에 참여한 인사들 중앙에 박근혜대통령, 왼쪽에 최태원 SK그룹회장, 오른쪽 윤상직 산업부 장관 등이 보인다.

M14를 비롯한 신축 공장에서는 10나노급 D램을 생산할 수 있다. 고대역메모리(HBM) 등 신규 시장 대응은 물론이고 D램을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양산도 가능하다. 중국에 이어 국내서 첨단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D램 사업은 세계 2위, 낸드플래시는 4위다. 3D 낸드플래시 기술은 1위 삼성전자 독주에 2·3·4위가 경쟁하는 구도다. 기술 개발이 조금만 늦어도 격차가 벌어진다. 연구개발은 물론이고 수준 높은 양산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앞선 연구개발·설비 투자로 재기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당시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투자를 주저할 때 SK하이닉스는 전년보다 10% 늘어난 3조8500억원을 투자했다.흑자전환 발판이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는 구성원 열정으로 질곡의 시간을 극복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2위로 우뚝 섰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투자를 조기 집행하고 협력사와 성과를 나누는 등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46조+알파…첨단 기술 개발·생산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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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M14를 비롯한 2개 신규 반도체 공장에 2024년까지 46조원 투자를 집행한다.

SK하이닉스는 M14를 비롯한 신규 반도체 공장 2개에 2024년까지 46조원 투자를 집행한다. 부지 확보, 공장 건설, 장비 구매에 필요한 비용이다.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통상 투자로 분류해 포함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에 지난해 1조40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신규 공장에서 생산할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까지 포함하면 10년간 총 60조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M14를 경기도 이천 본사에 건설한 데 이어 새로운 공장 2곳은 기존 팹이 있는 충북 청주와 이천에 나눠 지을 예정이다. 신규 공장 2개에 투입하는 비용은 31조원이다. 이천은 내년부터 부지를 조성하고 청주는 올해부터 부지를 확보한다.

당장 D램과 낸드플래시 경쟁력에 집중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스템반도체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M14 가동률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가고 M10 장비를 M14로 완전히 이전하면 M10을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스템반도체 라인으로 활용하는 것도 후보 중 하나다.

◇박 대통령 “시스템반도체·중소기업 키워야” 재차 강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 삼성전자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시스템반도체 투자 중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SK하이닉스 M14 준공식에서도 시스템반도체를 재차 강조했다. 시스템반도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 소재, 설계 등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반도체는 지난해 600억달러 이상 수출했지만 시스템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는 적자를 지속했다”며 “시스템반도체나 제조장비 분야 경쟁력 확보는 반도체를 넘어 우리 산업 전반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반도체 소재·장비·설계 등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기술 개발과 인력양성을 지원하는 데 대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우리 중소 벤처 장비업체와 협력해 제조장비를 함께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며 협력 수위를 높일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SK하이닉스 ‘M14’ 설립 일지

2013년 6월 M14 추진 TF 발족

2013년 12월 M14 건설 발표

2014년 7월 M14 착공

2015년 6월 장비 반입

2015년 8월 M14 준공

표. SK하이닉스 M14 현황

면적: 5만3000㎡(16만평), 길이 333m, 폭 160m, 높이 77m(축구장 7.5개 면적)

클린룸 규모: 복층 구조 6만6000㎡(2만평)

가동시기: 2015년 3분기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