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人事’가 ‘萬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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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 인사성이 참 밝아” “사람을 보고 인사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인사만 잘 해도 출세한다잖아”

‘인사’와 관련한 여러 표현과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인사하는 모습 하나에 칭찬을 받기도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인사는 중요하고 매번 화제거리가 된다. 인사를 잘 해 좋은 인상을 받기도 하고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혼이 나기도, 상황에 따라 난처해지기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참 애매한 일도 많이 생긴다. 화장실에서 만난 상사에게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봤지만 상대방이 못 본 상황에서 인사를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눈을 피해야 하나. 분명히 아는 사람 같은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나고 상대방도 나를 모르는 것 같을 때에는 인사를 해야 하나.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누군가 인사를 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식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연단에 올랐을 때 인사는 어떻게 해야할지, 시상식에 올라가면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인사를 한다면 어떤 자세로 해야 할지 등 고민될 때가 많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나름 ‘인사 원칙’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무조건 인사를 한다’ ‘정중하게 인사한다’는 간단한 원칙이다. 인사는 습관이다. 인사가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인사를 반드시 해야 할 상황에서 하지 않거나 못할 수 있다.

상황에 맞는 인사법도 중요하다. 화장실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가볍게 목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연단에 올라서면 천천히 걸어 올라가 잠시 똑바로 섰다가 허리를 40도 정도 굽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고개만 숙이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목과 허리를 일자로 해 40도 내외로 적당히 굽히는 자세가 가장 멋이 산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조용한 목소리로 목례와 함께 인사를 나누고 타거나 내릴 때 먼저 양보한다.

특히 윗사람을 엘리베이터로 모실 때에는 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배웅을 하면 상대는 배려와 존중을 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모자를 썼다면 벗고 인사를 나눠야 할 테고, 악수는 너무 세게 해도 문제고 너무 힘 없이 해도 부적절할 것이다.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한 손님을 어디서 맞이하고 배웅하는 지도 중요하다. 아파트 현관에서 인사만 하고 문을 닫아 버리는 것보다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나가면 좋고 1층까지 내려가 인사를 나누면 더 좋을 것이다.

밖에서 분명 아는 사람인데 순간적으로 스치듯 지나가서 미처 인사를 하지 못한 때는 전화 문자로 대신 하는 것도 괜찮다. ‘나를 못 보셨겠지’라며 후회하고 위안을 삼는 것보다 조금 무리다 싶더라도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인사 자세나 표정도 중요하다. 인사하면서 표정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웃는 사람도 있다. 인사를 할 때 손을 흔들 지, 악수를 해야 할 지도 상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고 어르신이 먼저 인사를 해올 때 화답은 또 다를 것이다.

일상적으로 하는 인사지만 그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인사다. 하지만 인사를 한다고 목이나 허리가 아픈 것도 아니고 기분이 나빠질 일도 없다. 애매할 때도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면 더 밝고 경쾌한 인사가 돌아올 것이다. 인사는 또 다른 에너지가 돼 내게로 돌아온다고 한다.

즉, 인사는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밝고 건강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잘 건네는 삶은 건강하다. 애매할 땐 무조건 인사하라. 인사가 만사다.

박해룡 LS산전 최고인사책임자(상무) haeryongpark@l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