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둔화, 중국의 패널 투자 확대, PC 수요 약화 등 하반기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 위험 요소가 다수 포진했다. 반도체는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고용량 고화질 제품 공급이 늘어나 긍정적이지만 미세공정 전환 문제와 PC D램 수요 약세 등 문제로 비트그로스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중국발 경쟁이 심해져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D램 ‘맑으나 가끔 구름’ 낸드 ‘맑음’
반도체 업황은 PC용 D램 가격 하락 변수가 있지만 서버와 모바일용 D램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성장세를 이을 전망이다. 다만 미세공정 전환에 따라 칩 수율이 떨어져 기존 공정보다 생산량이 줄어 비트그로스 성장세는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분기 실적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예상보다 PC용 D램 수요 하락폭이 커져 평균판매가격(ASP)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서버용 DDR4와 모바일용 LPDDR4 수요는 꾸준히 상승해 전체 D램 성장을 이끌었다.
업계는 윈도10과 인텔 스카이레이크 플랫폼 출시 효과에 힘입어 연말에 PC용 D램 수요가 전년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수요가 회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있는데다 전체 D램 비트그로스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크다.
삼성전자는 연간 D램 비트그로스 전망치를 연초 20% 중반대 성장으로 예상했다가 20% 초반대로 조정했다. PC용 D램 수요가 약해지고 모바일용 대용량 D램으로 수요가 이동한데다 미세공정에 따른 수율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 성수기에 IT 제품 가격이 30~50% 이상 떨어져 재고를 대부분 소진할 전망”이라며 “내년 1분기 말에 D램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대용량 메모리를 장착한 저가형과 중저가형 제품군이 늘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용량도 커지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다. 특히 하반기 등장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최고 2배 가량 늘어난 저장 용량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모바일 시장에서 큰 성장이 예상된다.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이언트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확대도 긍정적이다. 노트북에 SSD를 장착하는 비중이 커졌고 무엇보다 데이터센터용 SSD 공급이 늘고 있어 하반기에도 안정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흐림’
디스플레이 업계 올 하반기 기상도는 흐릴 것으로 전망됐다. LCD 패널 가격 지속적 하락, 세트업체 패널 구매전략 변경에 따른 TV패널 수요 지연,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와 힘겨운 경쟁 등으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흐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패널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지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중국 LCD 패널 제조업체의 ‘묻지마 증설’이 한 몫 한다.
TV용으로 가장 많이 판매하는 32인치 패널 가격 경우 오는 9월 70달러 선을 깰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만 하더라도 95달러에 달한 제품 가격이 매달 급격히 떨어졌다. 중국 LCD 패널 업체들이 공급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같은 가격 하락세를 일찌감치 파악해 40인치대로 갈아탔지만 대형 LCD 패널 가격도 하락세다. 55인치 제품 역시 연초 대비 10%가량 떨어졌다.
패널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우려를 넘어서 견조한 실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 경우 애플 아이폰6S와 대화면 아이패드 출시 가능성 등에 따른 IT패널 출하 증가가 예상되면서 TV 패널 실적 악화를 다소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5’와 ‘갤럭시6엣지 플러스’, 차기 스마트워치인 ‘기어A’ 등이 하반기 성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신규 투자가 없는 상황이라 하반기엔 더욱 ‘구름 잔뜩’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뭄 속 업체들의 플렉시블 투자가 단비 역할을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 때문에 생존을 위해 중국 시장 확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 단기적 관점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모멘텀은 없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OLED를 중심으로 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어 향후 시장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2015년 하반기 기상도>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