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율 게임등급분류에 거는 기대가 크다

게임물분류제도를 16년 만에 다시 손질한다.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게임법개정안이 발의될 전망이다. 개정안 핵심은 정부가 맡아오던 게임등급 심의를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심의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뀐다. 정부가 맡던 게임등급분류 심의를 민간 게임유통사가 책임지게 된다. 심의 주체 변경은 26년 만의 일이다.

심의 주체 변경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시대 변화 때문이다. 하루에 수십개나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을 정부기구가 일일이 다 들여다볼 수 없는 일이다. 게임 플랫폼 다양화로 스마트TV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같은 게임이라도 플랫폼이 바뀌면 새로 심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21세기 게임산업을 20세기에 만든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당장은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가상현실(VR)게임, 스마트TV게임, 온라인·모바일 연동게임을 중심으로 심의 주체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나 애플, 이동통신사업자, 다음카카오 등 오픈마켓 플랫폼 사업자가 등급을 분류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보편화한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규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게임 제작자는 규정에 묶여 게임출시 적기를 놓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게임 서비스를 다양화해야 했지만 등급분류제도가 장애물로 작용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우리 정부 게임심의를 문제 삼아 한국 IP를 차단한 것도 낡은 규정이 원인이었다.

법개정으로 모바일, PC, 스마트TV 등에서 연동되는 게임개발 및 출시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보다 매출 및 수익이 월등히 높은 콘텐츠(게임) 산업 도약이 기대된다.

권한과 함께 따라 온 책임은 업계가 부담해야 할 짐이다. 민간 자율에 맡긴 권한이 비정상적으로 실현된다면 개선이 아닌 개악의 결과를 낳는다. 정부 결정이 퇴색되지 않도록 신뢰와 책임을 바로 실천하는 일, 게임업계가 반드시 지켜야 할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