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자동차, 이제는 전자의 시대" 세계 1위 부품업체 보쉬 시험장을 가다

세계 최고 자동차 부품 회사인 보쉬는 이제 더 이상 기계장치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보쉬는 전장(電裝) 부품과 소프트웨어, 연결 솔루션을 차세대 먹거리로 본다. 롤프 불란더 보쉬 모빌리티 솔루션 사업부문 회장은 “27년 전 보쉬에 입사할 때 기계와 전자 쪽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했다”며 “우리는 그때부터 기계와 전자의 연결을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보쉬 2만5000여 개발자 중 5000명이 소프트웨어 담당”이라며 “현재 시스템은 기계와 전자, 소프트웨어가 복합적이지만 앞으로는 센서와 전자가 더 큰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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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 복스베르크 프루빙그라운드 전경

지난 20일(현지시각) 방문한 보쉬 주행시험장 ‘프루빙그라운드’는 이런 면모를 잘 보여줬다. 보쉬는 44대 차량을 통해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전기 구동 파워트레인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 역량을 선보였다.

◇성큼 다가온 자율주행 시대

자율주행 시험차는 테슬라 모델S와 BMW 325d 투어링이었다. 테슬라 모델S를 직접 타봤다. 개발 초기 지붕 위로 훌쩍 솟아있던 센서와 통신장비는 이제 모두 차량 내부로 들어갔다. 차량 후미에 부착된 손바닥만한 수신기만 빼면 일반 차량과 외관 상 차이가 없다.

조향, 가속, 측위, 인지 장치를 제어하는 중앙처리장치는 기어박스 앞에 위치했다.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를 켜자 계기판에 몇 차례 녹색 불빛이 반짝인 후 곧바로 주행이 시작됐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조향, 가속, 제동이 모두 자동으로 통제됐다. 앞차가 사라진 직선 주로에서는 시속 85㎞까지 속도를 냈다. 대시보드 컴퓨터는 끊임없이 내비게이션 정보를 수신했다. 차량 주변뿐만 아니라 도로 전체를 보며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이미 상용화됐거나 상용화를 앞둔 자율주행 기반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B클래스에 탑재한 원격주차지원(Remote Park Assist) 시스템은 자동주차 기술이다. 운전자가 밖으로 나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키 주차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알아서 주차 공간에 들어간다. 가·감속과 조향, 제동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시속 80㎞에서도 작동하는 긴급자동제동(AEB) 시스템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트에 탑재해 보여줬다.

◇똑똑해진 자동차, 운전자와 소통하라

운전 주도권이 자동차로 넘어가면서 차량-탑승자 간 소통은 더 중요해졌다. 디어크 호하이젤 보쉬 자동차기술부문 시스템통합 총괄 부회장은 “자율주행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라며 “자동차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운전자가 원하면 언제든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용 HMI는 시연하지 않았지만, 이런 콘셉트가 반영된 차세대 HMI는 살펴볼 수 있었다. 아우디 TT에 탑재한 ‘디스플레이 기반 클러스터(Display-based instrument cluster)’는 운전석 계기반에 모든 차량 정보를 표시한다. 속도와 엔진회전수는 물론이고 내비게이션 지도와 경로 정보, 차량 주행 상태, 오디오와 비디오 기능까지 모두 표시한다. 센터페시아에서 조작하는 기능은 냉·낸방이 유일하다. 독일에서 시판 중인 아우디 TT에 이미 탑재했고, 향후 아우디·폴크스바겐 전 모델에 적용 예정이다.

◇똑똑하고 강력한 PHEV

보쉬는 전기 구동 파워트레인을 내연기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본다. 내연기관 효율이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크고, 운전 재미와 충전 인프라를 감안하면 최소 10년간은 두 기술이 공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워트레인 개발 방향 역시 두 기술 스마트 조합에 맞췄다.

포르쉐 파나메라 S E-하이브리드에 탑재한 ‘예측형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PHEV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실시간 교통정보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조합해 차량을 EV 모드로 자동 전환한다. 엔진과 모터를 모두 사용해 고속 주행하던 중 갑자기 엔진이 꺼졌다. 가상으로 설정된 교통 혼잡구간을 인지해 2㎞ 앞서 자동으로 동력계를 전환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500 PHEV로는 PHEV 강력함을 경험했다. 도심 구간을 본뜬 곡선 주행로에서는 전기 모드로 달리다 고속주행로에 들어서 시속 200㎞까지 달려봤다. 최고급 세단 정숙성과 승차감, 강력한 주행 성능을 모두 잡았다. 전기 모드 주행은 우려와 달리 초반 토크가 개선됐다는 느낌이 강했다. 유럽 기준 연비는 35.7㎞/ℓ에 달한다. 이 차량은 올해 국내 출시가 예정됐다.

복스베르크(독일)=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