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전기차 보조금 중단 뿐 아니라 빈틈도 살펴야

정부가 최근 밀려들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중단이란 칼을 빼들었다. 일단, 시판중인 1톤 전기트럭 한 모델에만 적용되지만, 앞으로 배터리 에너지밀도 같은 핵심 성능이 개선되지 않으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차량과 모델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환경부가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전기화물차 평가항목에 '배터리 에너지밀도 규정'을 새로 넣은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내달초까지 행정예고 했다. 이 고시가 시행되면 국내 출시될 카고형 1톤 전기트럭의 경우, 배터리 에너지밀도가 '525Wh/L'를 넘지 못하면 2027년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배터리 에너지밀도는 전기차 성능을 대표하는 기준으로, 높을 수록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등판 능력 등 화물운송용 기능에 필수적인 요소다.

밴형 전기트럭과 전기 승합차에 현재 적용되는 에너지 밀도 제한은 358Wh/L로 더 낮다. 하지만 밴형 전기트럭은 국산 전기차 모델이 한종만 추가되더라도 곧바로 제한기준이 525Wh/L로 상향되고, 승합차 또한 내년까지 대형모델이 530Wh/L로 현재 전기 트럭 제한기준을 넘어서게 된다. 2027년부터는 사실상 전 차종에서 525Wh/L 이하 전기차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을 못받게 될 공산이 크다. 1대당 보조금이 최대 1700만원에 달하는 큰 비중이다.

정부가 전기차 경쟁을 성능과 안전성 위주로 강화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활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단선적인 행정 기준만 갖고 1회 충전 주행거리 미달, 화재 예방시스템·충전기 호환성 미흡 같은 안전성 미달 중국산 전기차의 내수시장 점령을 두고만 볼 것인가는 여전히 남는 숙제다.

오히려 보조금은 중국 전기차 메이커들에게 가장 넘기 쉬운 장벽일 수 있다. 자국에서 이미 정부 보조금으로 사업을 벌이며 마음껏 저가(低價)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력을 얻어 놓은 상태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 제외 대상을 규정하는데 더해 국내 출시 성능 기준과 안전성 요건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차를 더 싸게 살 수 있는 행정 장치가 아니라, 보다 나은 지구환경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한국이 전기차 기술과 성능 혁신의 경쟁장이 되도록 이번 고시 이외에도 적극적으로 행정력을 강화할 것이 요구된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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