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 팹리스 노하우 유출 대비책 세워야

팹리스 반도체 기업은 자체 생산시설 없이 연구개발 인력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반도체 설계전문회사다. 팹리스(fabless)는 제조설비를 의미하는 패브리케이션(팹)과 없다는 뜻의 리스(less)를 조합한 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팹리스 반도체기업으로는 퀄컴을 들 수 있다. 팹리스는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설계에서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와 달리, 반도체 설계 즉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팹리스(시스템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다.

팹리스산업은 파운드리와 수요기업으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갖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해 한국 팹리스산업은 꾸준히 미래 기술력을 확보하며 성장해 왔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분야에서 기대감이 크다.

차이나 머니(중국 자본)가 최근 국내 팹리스반도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등에 업은 중국 회사들이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기술력 있는 한국 팹리스를 사들이는 것이다. 업계는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당분간 국내 팹리스 산업계에 차이나 머니 유입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자본 국내 유입은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국내 팹리스로서는 때에 따라 날개를 달 수 있다. 한국보다 규모가 큰 중국 파운드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중국 자본 국내 유입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중국 자본과 손잡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면 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자본의 이동을 막기란 쉽지 않다. 자본은 기술과 시장이 있는 곳으로 흐른다.

우려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우리 팹리스 업계 기술과 노하우만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팹리스 시스템반도체기업 경쟁력이 형체가 분명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는 자동차 시장에서, 게임시장에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 협력과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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