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파일을 정리하던 중 2006년 미래모임 자료를 보고 반성하게 됐다. 그 당시 제안했던 과제나 발표했던 문제가 요즘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한 단어를 핀테크, 빅데이터, IoT로 대입해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의료산업 IT화, 교육 IT화, IT 보안 문제에 대한 대응책처럼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눈에 띄는 발전은 없었다.
키워야할 과제나 시장 트렌드나 윗사람 관심에 따라 유행처럼 흐르지만, 장기 계획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나 이를 받쳐줄 탄탄한 응집이 없어 제대로 밀고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를 구분할 게 아니다. SW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돼 인력양성 등 많은 관심을 받는 건 좋은 일이나 실제로 보면 전체적 조화는 부족한 것 같다.
SW를 개발할 때는 SW산업 환경만 열악한 줄 알았다. HW 제품을 개발 판매하다 보니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경쟁이 치열한 환경,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봐야한다. SW산업만 3D가 아니다. 그래도 SW 개발할 때는 개발자들만 있으면 됐다.
지금 제조업은 더 열악하다. 제품 개발, 승인, 초도양산, 양산 등 단계는 비슷하나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자재 확보, 승인, 양산시 인력 비용이 SW 개발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양산 준비를 갖췄음에도 고객 필요에 따라 주문이 오기 때문에 놀 때는 놀고 생산할 때는 급해 외주 인원까지 동원해 밤샘을 해야 납기를 맞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산원가는 오르고, 정규직 일자리 창출엔 역행하게 된다.
더 어려운 점은 고객은 중국 가격에 맞추기를 원하고, 제품 가격인하를 위해 협력업체에 가격 덤핑까지 유도한다. 선행 개발업체 기술도 가격 낮추기를 위해서라면 다른 업체들에 알려준다.
SW에서 운용체계(OS), 데이터베이스(DB), 모바일 관련 플랫폼처럼 HW개발에서도 칩을 포함한 많은 기본 자재가 일본이나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누가 지금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 하는가? 한 때는 우리나라가 제법 큰소리 치고 벤더들이 모여들었으나, 중국이 거대한 고객이 된 후 대접은 커녕 권리 찾기도 힘들다. 2013년 후반부터 2014년 중국이 LTE 사업을 하면서 LTE칩이 동이나 우리는 제대로 구매했던 물량도 받지 못해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일도 빚어졌다. 그나마 삼성·LG 협력업체들은 그들이 대신 협상을 해 나은 편이나, 요즘 한국 통신사업자들이 대접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찌 보면 우리는 실전을 겪은 전문가들, 경험있는 경력자, 총체적인 안목으로 설계할 수 있는 이들이 태부족이다. 자책 같지만 겉은 멀쩡하게 만들지만, 속은 알차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나간 10년 반성보다 앞으로의 5년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각 분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미래 인재양성도, 주요 산업 지원 정책도, 청년 일자리 창출도, 은퇴인력의 활용도, 소득의 분배도, 다른 선진국과의 비교도 중요하지만 실행될 수 있는 목표를 잡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설이나 0.01%에 맞는 이상적인 안을 취할게 아니라 실제 경험이 있는 경력자의 활용, 자격증 생산이 아닌 전문가 배출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상부상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는 것이 제일 우선이다.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대표 song@eznet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