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전이 과정이나 줄기세포 분화 등 세포 연구에 필요한 생체 내 세포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는 ‘다공성 나노막(nanomembrane)’을 개발했다.
서울대 차국헌, 남좌민 교수팀은 생체친화적 고분자를 재료로 다공성 나노막을 만들고, 생체 내 암전이 환경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다공성 나노막은 특정물질을 선택적으로 투과하는 수많은 구멍을 가진 수십∼수백 나노미터(㎚) 두께의 막으로 암세포 등을 나노막에서 배양하면 세포 간 신호물질 전달과정 등을 연구할 수 있다.
기존 세포 공배양용 막은 두께가 10마이크로미터(㎛)로 두껍고, 물질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 수도 적어 생체 속 세포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생체친화적인 고분자 물질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를 주재료로 두께 500㎚ 정도의 다공성 나노막을 만들었다. 이 막은 투명한 나노다공성이고, 여러 층을 탈착할 수 있는 막의 특성을 고려해 ‘TNT 멤브레인(막)’으로 이름 붙였다.
TNT 멤브레인은 제조비용이 저렴하고 공정이 간단하며 투명하면서도 탈착이 쉬워 체내 외에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용매 종류와 용액 농도를 조절해 기공 크기와 막 두께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응용가치도 높다.
연구진은 TNT 멤브레인에 암세포를 공배양하는 실험을 통해 암세포가 전이되는 과정에서 이웃세포들과 주고받는 신호전달물질(RANTES, EGF, VEGF)을 밝혀냈다. 또 기존 시스템으로 실현할 수 없던 3종류 이상의 다른 세포주가 공존할 때 나타나는 신호체계를 분석, 같은 암전이 세포라도 이웃세포의 종류에 따라 다른 신호물질을 분비하는 사실도 밝혔다. TNT 멤브레인을 조작해 암전이 세포와 이웃세포 간 신호전달도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남좌민 교수는 “TNT 나노멤브레인 기술은 암전이 세포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신경세포 같은 다른 중요한 세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며 “앞으로 암 치료와 암세포 성장억제를 위한 새로운 표적물질을 찾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