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백기사` 등장…엔씨-넥슨 경영권 분쟁 새국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지분을 교환하고 글로벌 게임시장 진출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양사 모두 “넥슨과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과 상관없는 전략적 협업”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넥슨의 경영권 공격에 대항해 넷마블게임즈를 백기사로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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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상호 지분 투자와 글로벌 공동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엔씨소프트는 3800억원을 투자해 넷마블게임즈 신주 9.8%를 인수해 방준혁 의장, CJ E&M, 텐센트에 이어 4대 주주가 됐다.

넷마블게임즈는 3900억원을 투자해 엔씨소프트 자사주 8.9%를 주당 20만500원에 인수하며 엔씨소프트 3대 주주가 됐다.

양사는 △상호 퍼블리싱(Publishing) 사업 협력 △크로스 마케팅 △합작회사 설립 및 공동투자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심장을 나눈 제휴”라고 말했고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오늘을 시작으로 엔씨소프트와 글로벌 게임 시장 개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휴는 넷마블게임즈에게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넷마블게임즈는 증자를 통해 엔씨소프트에 주당 1301만6530원에 지분 9.8%를 넘겼다.

지난해 하반기 텐센트로부터 투자받을 당시 주당 707만9387원에 지분을 판 것을 감안하면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운 가격으로 주식을 처분하며 넥슨, 김택진 대표에 이어 엔씨소프트 3대 주주로 올라섰다.

게임사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자사주를 팔아 넷마블 4대 주주자리를 차지한 것에 비해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넥슨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넷마블이 캐스팅 보트를 쥐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글로벌 진출이라는 타이틀 아래 협력한다는 방침이지만, 넥슨과 전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관계는 언제든 회사 이익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넷마블게임즈 2대, 3대 주주가 CJ E&M과 텐센트로 콘텐츠 산업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졌다는 점도 변수다.

넥슨과 넷마블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을 합하면 23.98%로 김택진 대표(9.98%) 경영권을 실제로 위협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딜로 의결권 없었던(자사주) 지분이 살아났다”며 “엔씨소프트 경영진으로서는 불확실한 8.9%가 새로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불리함을 감수하고 넷마블게임즈와 지분을 섞은 것은 넥슨의 공격이 그만큼 거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넥슨은 현재 엔씨소프트 경영진의 확실한 적이지만 넷마블게임즈는 일단 우군”이라며 “넷마블게임즈가 주도하는 협업 관계를 엔씨소프트가 얼마나 순조롭게 받아들이는지가 향후 3사(넥슨, 엔시소프트, 넷마블게임즈) 관계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넷마블게임즈는 방준혁 혼자의 회사가 아니”라며 “(엔씨소프트-넥슨의 경영권 분쟁에)넷마블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엔씨소프트의 경영이 잘 된다면 현재 경영진 편을 들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편을 들지 않을 수 있다며” “상식선에서 파트너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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