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장비 1위 기업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4위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에 대한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승인이 내달 중에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장비 기업과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으로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와 텔의 합병을 심사 중인 공정위는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내달까지 조건부 승인에 대한 세부 내용을 확정하고 미국, 일본 등 관련 6개 국가와 논의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제출한 어플라이드-텔 합병에 대한 의견을 검토한 뒤 국내 장비사들과 비공개 모임을 갖고 조건부 승인에 대한 구체 내용을 공개했다. 각 기업들이 조건 내용을 검토해 의견을 제시하면 실무위원회를 꾸려 최종 안을 도출하게 된다.
조건부 승인에는 어플라이드와 텔의 새로운 합병법인 ‘에테리스’가 국내에서 화학기상증착(CVD)과 원자층증착(ALD) 등 증착 장비 사업을 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양사의 중복 사업 영역은 별도 법인을 설립해 매각하는 방안도 담았다.
어플라이드와 텔이 합병하면 반도체 생산 과정 중 노광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에 필요한 장비군 전체를 보유하게 돼 업계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업계는 합병 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장비군을 끼워팔아 전체 점유율을 높이거나 지나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세계 장비시장에서 어플라이드는 16.2%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고 텔은 9.1%를 기록해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두 회사 점유율을 합치면 25.3%로 2위인 노광장비 기업 ASML(15.7%)과 격차가 큰 1위가 된다. 2013년 두 회사 매출을 합치면 85억1720만달러(약 9조3460억원)다.
세계 1·4위 장비 기업이 합치는 초유의 인수합병 건이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중국·일본·독일·대만·싱가포르 등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받은 모든 국가들이 심사에 고심하고 있다. 1년 넘게 승인 여부를 검토하면서 국가 간 눈치 경쟁이 치열하다. 당초 어플라이드와 텔은 지난해 11월 새로운 합병법인 출범을 목표했으나 결합 승인 심사가 늦어지면서 애를 태웠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