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육부는 대학평가에 정성평가를 도입하는 등 새 내용을 담은 ‘2015년도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대학 평가의 틀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눈에 띄는 점은 기존 상대평가 위주로 인한 대학 간 소모적인 경쟁을 줄이고자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한 조치다.
절대 평가로의 전환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물론 상대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대학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대학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야 우리 대학이 더 나은 평가를 받게 되는 불합리한 문제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교육기관 간 협동을 저해하는 하나의 큰 장애물을 제거하는 좋은 출발로 여겨진다.
강원도의 기숙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 아이를 둔 지인에게 들은 얘기다. 전교 상위 성적을 유지해 온 이 학생이 어느 날 숙제였던 보고서를 밤늦게까지 작성한 후 출력하려 했다. 그런데 갖고 있던 프린터가 고장났고, 기숙사 친구에게 프린터를 빌려 사용하려 했지만 아무도 빌려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서울에 살던 그 지인은 어쩔 수 없이 한밤중에 집에 있던 프린터를 차에 싣고 기숙사로 달려갔다. 아이의 보고서를 출력했고, 제출 마감 기한을 겨우 맞출 수 있었다. 현재 전국 교육기관이 시행하고 있는 상대 평가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원 과정은 학생 성적에서 절대 평가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학부는 여전히 상대 평가제 적용이 의무화돼 있다. 보고서 제출 숙제를 내면 친구와 함께 훌륭한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고자 협동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몰래 혼자 상대적으로 좋은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려 애쓴다. 친구와 함께 만든 좋은 보고서로는 상대적으로 나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얼마나 황당하고 바보스러운 교육방식인가.
요즘의 프로젝트는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대규모의 복잡한 프로젝트를 혼자서 해내기란 쉽지 않다.
각종 산업 제품의 설계·제작 과정을 보자. 협동·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일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영리한 행동이다. 연예계의 가수들도 두 명 이상이 그룹을 이뤄 협동이라는 역할 분담을 통해 좋은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더 큰 인기를 끄는 때가 많다.
초중고와 대학을 막론하고 현재 적용하고 있는 상대 평가 제도는 우리 청소년의 협동심을 크게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루빨리 절대 평가로 바꿔야 한다. 동시에 개인이 아닌 여럿이 협동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어려서부터 체득할 수 있는 교육 훈련이 필요하다. 개인의 능력 향상에만 초점을 맞춘 현재의 교육 방식은 협동심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 훈련과 이를 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도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이공계열의 산업계에서 엔지니어는 복잡한 수식을 단순히 암기할 필요가 거의 없다. 필요하면 교재나 인터넷에서 관련 기술 정보를 찾아 보면 된다. 단순 공식의 암기보다 충분한 이해력과 함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더 요구되기 때문이다.
협동 교육과 훈련은 적절한 역할 분담 속에 그룹 멤버 개개인의 다양한 재능을 골고루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다소 재능이 부족한 개인에게는 협동 그룹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공적인 역할을 담당해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준다.
교육 훈련 기관은 학생의 협동심 배양에 초점을 맞춘 교육 훈련 시스템을 하루빨리 도입해 시행해야 한다.
백점기 부산대 교수(미국조선해양공학회 부회장) jeompaik@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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