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에서는 첨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기술의 향연이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3차원 V낸드 기반 휴대용 SSD ‘T1’ 등 SSD제품뿐 아니라 이를 탑재한 각종 정보가전을 선보였다. HP, 인텔, 레노버 등 컴퓨터 제조사들과 아이리버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SSD는 기존 저장장치였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탑재되는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통신 서비스가 고도화되면서다.
SSD는 초고속 반도체 메모리를 저장 매체로 사용하는 차세대 대용량 저장장치다.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주로 낸드플래시다. HDD보다 읽기·쓰기 속도가 빠르고 가볍다. HDD가 자기 디스크(플래터)를 회전시키는 물리적 방식을 사용해 부품 등이 들어가는 반면 SDD는 반도체 기반이기 때문이다.
◇기업용 주도로 빠르게 커져가는 세계 SSD 시장
일반 소비자용 SSD 시장은 빠르게 커져가고 있다. 노트북PC 등 기존 PC뿐 아니라 태블릿PC를 포함한 모바일 기기에도 SSD가 쓰이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SSD 시장이 2013년 89억59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3억6500만달러, 오는 2017년 180억2800만달러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기업용 SSD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용량과 가격 탓에 HDD와 플래시메모리를 혼용한 하이브리드 스토리지가 쓰였다. 하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고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해 데이터센터가 감당해야하는 스토리지 수요가 엄청나다. 냉각, 친환경 등 운영비용도 절감해야한다.
애플은 클라우드 서버를 지원하기 위해 오리건 프린빌에 여의도와 비슷한 규모의 데이터 센터 2개를 세우고 있다. IBM도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멕시코시티, 도쿄에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등 데이터센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한국에서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기술 경쟁도 거세져… SSD 대중화 현실되나
SSD 업체간 기술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SSD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후발주자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SSD 캐싱(Caching) 소프트웨어(SW) 업체 엔벨로에 이어 지난해 11월 프록시멀데이터를 인수했다. SK하이닉스는 컨트롤러 업체 LAMD와 이노스터 컨트롤러 사업부문, 소프텍벨라루스 펌웨어 사업부문 등을 사들였다.
기술 개발도 치열하다. 최근에는 기존 SATA3 SSD에 이어 PCI익스프레스(PCIe) SSD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PCIe는 메인보드에 쓰는 직렬 구조의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로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SATA 방식의 초당 전송속도가 500메가바이트(MB)정도지만 PCIe는 16배 빠른 8기가바이트(GB) 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한다.
샌디스크는 지난해 6월 플래시 메모리 기반 스토리지 업체 퓨전아이오를 인수했다. 퓨전아이오의 PCIe 플래시카드 및 IO컨트롤 소프트웨어 등의 제품을 자사 엔터프라이즈(기업향) 비즈니스에 통합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5월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PCIe카드 사업부문을 거둬들였다.
트리플레벨셀(TLC) 등 낸드플래시 기술도 급진전하고 있다. TLC는 멀티플레벨셀(MLC)보다 셀을 세분화해 단위당 저장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TLC 기술에선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앞서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도시바의 전체 낸드플래시 중 35%정도가 TLC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TLC를 도입한 3D V낸드 SSD를 양산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산하기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다.
기술 발전과 생산량 확대로 가격 문제가 해결된다면 SSD 대중화도 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SD는 HDD보다 고도의 기술이 쓰이는데다 공정 등이 복잡해 가격이 비싸다는 게 흠이다. 업계 관계자는 “SSD의 대중화가 이뤄진다면 반도체 업계를 포함한 후방 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