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디스플레이 특허, 해외 기업이 후한 기술료로 ‘싹쓸이?’

해외 기업들이 국내 대학에서 연구한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료를 지불하면서 기술을 대거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플렉시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차세대 기술과 관련해 국내 대학들과 기술이전 계약을 활발히 맺고 있다. 격변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산학협력 및 기술 이전 강화를 통한 신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학과 해외기업 간 기술이전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국내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해외기업 간 기술 확보를 위한 쟁탈전까지 펼쳐지고 있다.

국내 H대학은 최근 글로벌 기업 바스프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이전 계약을 협의 중이다. 기술개발 초기 단계부터 외국계 기업의 관심이 컸던 이 기술은 결국 다수 업체와 협의를 진행하다 바스프로 결정됐다.

H대학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도 관심을 가졌지만 기술료 측면에서 매우 인색했다”며 “해외 업체들은 기술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제 값을 지불하려 하기 때문에 최근 이들과의 기술 이전을 국내 대학들이 더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에서도 최근 디스플레이 광학필름 관련 기술을 해외업체에 기술 이전했다. 국내 업체와도 논의 했지만 결국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해외 업체로 이전됐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일부 대학에서는 국내 업체와의 기술 이전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유용한 특허 기술을 추려서 삼성·LG에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보다는 해외 업체와의 기술 이전이 더욱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대 한 교수는 “서울대도 법인화된 대학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하는 상황이라 최근 적극적으로 기술 제안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별 반응이 없다”며 “오히려 미국의 벤처캐피탈을 통해 중국 업체들이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사냥’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똑같은 특허 기술을 가지고도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간 기술료가 10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한 대학은 올해 전체 기술이전 건수 가운데 외국계 기업과 체결한 비중이 10% 내외인데도 수입료 비중에서는 30% 이상을 차지했다. 그만큼 해외 기업들이 국내 보다 기술료를 후하게 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국내 대학의 산학협력팀장은 “최근 국내 한 업체가 유사 기술을 보유한 외국대학에는 10억원을 제안하고, 우리 대학에는 5000만원을 불렀다”며 “간신히 협상을 통해 2억~3억원 수준에서 계약했지만 외국 대학과 동등한 기준으로 기술적 가치를 판단해 줘야 앞으로 더 진전된 기술상생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난해 전국 423개 대학의 산학협력 성과를 조사·분석한 결과 ‘기술이전 수입금’ 기준으로 성균관대(35억8200만원)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한양대(29억8800만원), 고려대(29억6700만원), KAIST(27억원), 서울대(24억35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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