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44>IC칩 카드 가맹점 혜택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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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카드를 IC칩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수혜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방향도 밝혔다. 원칙에는 다들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공공의 이익이나 국가 장래를 위한 모든 프로젝트까지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차피 이런 프로젝트는 국민의 세금을 받아 예산 편성해서 집행하면 된다.

IC칩 전환 프로젝트와 같은 것은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 이미 상당수 대형 가맹점들이 IC칩 카드를 받을 준비를 마쳤다. 전체 카드시장에서도 20:80의 원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20%의 가맹점이 80%의 결제건수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위 20%의 가맹점이 IC칩 결제 준비를 마쳤다면 건수 기준으로는 대다수 결제가 IC칩 카드로 가능해졌다는 뜻이 된다.

문제는 나머지 80% 가맹점들이 영세하다는 데 있다. 또 80% 영세 가맹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은 창업과 전업, 폐업이 빈번하다. 생존을 위해 극한의 노력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당신들 부담으로 IC 단말기를 설치하라고 못하다 보니 카드사들이 기금을 활용해 단말기를 보급하려 했었다.

당장 계획으로는 2016년 1월 1일부터는 기존 마그네틱 카드들 쓰지 못한다. 그런데 대형 가맹점이나 프랜차이즈 점포는 문제가 없지만 영세 가맹점은 준비가 덜 됐으니 예전대로 마그네틱 카드를 써도 된다고 하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준비 부족을 비난하는 사회적 집중포화를 견뎌낼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기존 마그네틱 카드는 정보보안에 취약성이 있어 IC카드로 바꾸려 하는데 소비자, 카드사, VAN(밴)사 밴 대리점, 가맹점들이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어느 누구도 비용을 부담하고 앞장서서 프로젝트를 주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막상 정의를 해 놓고 보니 왜 이 프로젝트를 하려고 하는지 다시 궁금해진다. 마그네틱 카드가 복제가 용이하다는 것만 빼면 카드사 정보유출의 주범이라는 근거는 없다. 어차피 정보 유출은 서버에서 뭉텅이로 빠지지 개당 빠지지는 않는다. 이제까지 실제 복제카드로 유발된 피해액은 전 카드사를 통틀어 100억원 정도 된다. 국내에서는 웬만한 매장마다 다 CCTV가 있어 누가 썼는지 추적이 가능하고 카드사 내부에서는 FDS(Fraud Detect System, 사기방지시스템)로 비정상적 거래가 발생하면 바로 거래를 중지시키기 때문이다. 또 사용될 때마다 바로 문자 메시지로 통보가 오기 때문에 복제카드가 대규모 사고를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ATM은 IC칩 전환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비밀번호만 유출되지 않는다면 복제카드로 ATM에서 현금 인출은 불가능하다.

온라인 거래에서도 이제는 핸드폰으로 본인인증을 거치는 이른바 투트랙 인증을 받기 때문에 복제카드만 갖고는 거래하기 힘들다. 수혜자를 찾기 위해서는 만약 복제카드가 쓰였을 때 누가 가장 피해를 보는지를 추정해보면 된다.

첫째는 카드 사용자고, 둘째는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카드사고, 셋째는 혹시라도 경찰서에 불려 다닐 수 있는 가맹점이다. 만약 카드 사용자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려고 하면 절대 돈을 안 낼 것이다. 소비자는 이미 발급비용이 포함된 연회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카드사들인데 복제카드에 의한 손실액을 전액 보상하는 입장에서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실제 전 카드사가 복제, 분실, 위·변조 카드에 의해 연간 100억원의 손실을 부담하고 있는 데 갑자기 1000억원을 내라고 하면 당연히 반발할 것이다. 가맹점은 더더군다나 돈 낼 생각도 없고 낼 형편도 안 될 것이다.

밴사나 밴대리점들도 돈 얘기 나오면 딴 데 쳐다볼 것이다. 우선 복제카드에 의한 실질적인 피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급하면 무리가 따르는 법이다. 좀 더 느긋하게 점진적인 방법을 택해도 된다. 하나의 방법은 IC칩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서 사용하는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를 깎아 주는 방법이다.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자동차 보험료를 깎아 주는 것과 같은 원리다. 돈을 걷어 직접 집행하려고 하니 이권이 생기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숟가락 들고 뛰어온다. 카드 수수료를 깎아주면 가맹점 입장에서 스스로 IC칩 단말기를 설치해 달라고 밴 대리점에 요구할 것이고, 가맹점은 고객들에게 IC칩 카드 사용을 스스로 권장하게 될 것이다. 카드사는 따로 1000억원 내놓고 평소에 잘 모르던 사람들이 내 돈 쓰면서 생색내는 것 쳐다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직접 가맹점에 혜택으로 줘 오히려 마케팅의 도구로 쓴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떤 경우에도 평상심을 가져야 올바른 해결책이 보인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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