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주파수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소위원회(소위)를 결성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국회가 행정부 감시나 입법 활동이라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아예 정책 수립까지 맡고 나섰기 때문이다. 심판이 선수로 뛰면서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국회는 이미 정부가 수립한 주파수 정책인 ‘광개토플랜’을 무력화시켜 놓았다. 국회가 감시와 견제 차원에서 잘못된 정부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다. 광개토플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도록 한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국회 역할을 크게 벗어났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정부 역할까지 도맡아 하겠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일종의 ‘월권행위’다. 국회가 이 같은 비판에도 소위까지 구성해 주파수 정책을 좌지우지하려는 의도를 놓고도 뒷말이 많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소위까지 발족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 미방위가 보여준 행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국회는 황금주파수인 700㎒의 일부를 통신용으로 배정해놓은 광개토플랜을 백지화시켰다. 최근 공청회에서는 여야 의원이 이구동성으로 700㎒를 방송용으로 할당할 것을 주장했다. 국민편익과 경제효과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줄 곧 방송용 할당만을 고집했다. 국회의원들이 너무 정치적 입장만 생각해 친방송사 정책으로 일관한다는 여기저기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공정성에서 의심받는 국회 소위가 예상된 결론을 도출한다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 불상사를 보지 않으려면 국회는 지금이라도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원점 재검토를 처방한 ‘광개토플랜’ 정책에 대해 행정부가 대안을 마련해오면 그때 다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정당성도 공정성도 모두 잃은 국회 주파수 소위를 끝까지 강행하는 것은 국회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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