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통신 주도권을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북미에 내준 유럽이 5G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5G 표준 주도를 위해 5GPPP를 출범시킨 데 이어 노키아, 에릭슨, 알카텔루슨트 등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를 보유한 국가들이 대규모 투자와 민관 협력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5G 최초 상용화 사례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하지만 유럽 국가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술 개발 이후 확산을 위한 서비스 모델 연구를 병행해야만 진정한 주도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서레이대학 5G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5G 테스트베드 구축을 추진하는 영국이 내년 필드테스트에 본격 나선다. 연구소를 벗어나 실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상용 수준에 근접한 5G 시제품 개발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화웨이, 텔레포니카, 보다폰, BBC 등과 산업 컨소시엄으로 5G 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새해 가을 최고 10Gbps 속도 구현이 가능한 5G 기술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초 기술 시연 시점은 2018년 이전으로 잡았다. 혁신센터를 앞세워 5G 기술 개발의 허브로 발돋움한다는 게 영국 정부의 방침이다.
영국뿐만이 아니다. 스웨덴(에릭슨), 핀란드(노키아), 독일(도이치텔레콤) 등이 이르면 2018년 시연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과 거의 동일한 속도다. 롱텀에벌루션(LTE) 투자가 적었던 유럽은 다른 국가보다 5G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SK텔레콤 등 통신사, 주요 제조사,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5G포럼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CDMA와 와이브로, LTE-A, 광대역 LTE-A에 이어 5G에서도 세계 최초 상용화가 목표다. 하지만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세계 최초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통신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최초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로 5G 기술을 활용해 어떤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느냐를 더 고민해야 한다”며 “최초 개발 이후 업계 전반으로 확산이 되지 못한다면 상징적인 의미로만 그칠 뿐 유럽 등 다른 지역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