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인치는 600~700달러 선까지 하락
삼성·LG전자가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4K 초고화질(UHD) TV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북미시장에서 40인치와 55인치 보급형 UHD TV 가격을 많게는 50% 내렸다. 40인치는 600~700달러 선까지 하락했으며 UHD TV 수요가 많은 55인치 모델도 1000달러 초반에 판매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인하 폭이 크다. 40인치 UHD TV는 1200달러에서 600달러로, 55인치 UHD TV는 2400달러에서 1200달러로 각각 절반으로 낮췄다. 모두 블랙프라이데이 특가상품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홈페이지에 공개한 데 이어 인터넷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도 이 가격에 거래가 시작됐다.
LG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특가상품을 내놓지 않았지만 40인치 UHD TV는 799달러, 55인치 UHD TV는 1300달러에 아마존닷컴에서 판매된다. 모두 올해 출시된 신모델로 최초 판매가격은 각각 1200달러(40인치)와 2200달러(55인치)였다.
LG전자 관계자는 “UHD TV는 시장 수요에 따라 가격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특가 모델은 풀HD TV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격대는 중국 UHD TV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마존닷컴에서 TCL의 50인치 UHD TV는 880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하이센스 55인치 UHD TV는 1100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
[뉴스해설]
‘재고 누적 아니면 싹수(중국업체) 자르기’
업계가 보는 UHD TV 가격 인하 배경이다. 이 가운데 중국업체 견제 목적에 힘이 실린다. 올해 TV시장이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등 3년 만에 회복세를 보여 UHD TV 재고가 많이 쌓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비해 중국 TV업체의 무서운 상승세에 우려가 높았다. 이미 국내업체도 중국·대만산 UHD 패널을 사용하고 있으며 기술 격차로 들었던 회로기술도 많이 따라왔다는 평가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는 퀀텀닷(양자점) TV를 국내기업에 앞서 선보이기도 했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확실히 우리 기업이 앞서 있지만 낮은 가격을 무기로 중국업계가 야금야금 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부담이다.
삼성전자 TV사업부 출신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한 것은 애플보다는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영향이 컸다”며 “삼성 내부에서는 중국 TV업체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전했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도 “국내 업체의 UHD TV 재고 부담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가격 인하는 중국 TV업계 점유율 상승을 막으려는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는 게 글로벌 TV시장 점유율이다. 디스플레이서치의 3분기 평판TV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1·2위를 유지했지만 점유율은 각각 전 분기 대비 6.3%포인트(P)와 2.0%P 하락했다. 반면에 소니에 이어 4·5위를 차지한 하이센스와 TCL의 점유율은 1.4%P와 0.9%P 상승했다.
문제는 국내 업계의 수익이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기간이 끝나도 인하한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UHD 패널(디스플레이) 가격이 소폭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기대만큼 마진 폭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LG전자가 적자를 보며 UHD TV를 팔지는 않는다”며 “보급형 모델로 중국업체를 견제하면서 프리미엄 모델로 수익성을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