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대규모 홍수와 가뭄, 폭염, 한파 등의 자연재난은 물론이고 화재·붕괴·폭발 및 환경오염사고 등의 인적 재난과 에너지·통신·교통 등 국가기반체계 마비나 전염병과 같은 사회적 재난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재난의 복합·대형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재난안전 관리가 필수다.
현재 알려진 ICT로는 재난대응 로봇, 재난안전 통신망, 재난상황 모니터링 및 예·경보시스템, 빅데이터를 이용한 재난·재해 예측, 다중이용시설의 실내 위치추적기술, IoT 기반 센서네트워크, 가상 및 증강현실을 활용한 재난방재시뮬레이션 등이 있다.
지난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오픈스트리트맵 사이트를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조해 현장 파견 인력과의 교신으로 구조 및 복구에 큰 도움을 받았다. 또 공간정보를 활용한 재난 대비용 지도를 웨어러블 안경과 같은 ICT 제품과 연동하면 재난의 실시간 상황 전파는 물론이고 빠른 대응도 가능하며 공유경제 기반의 ‘랜턴 라이브(Lantern Live)’나 정부 주도의 ‘안전디딤돌’ 같은 스마트폰 앱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발전한 ICT만으로 국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재난 대응 체계가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 20여년 새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지진발생이 두세 배 이상 늘어난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대형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이 동시에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더욱 그렇다.
이미 세월호 사고에서 확인했듯 재난은 발생 전에 징후가 꼭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속으로 대처하거나 사익에 눈이 멀어 규칙을 무시하고,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의 오판 혹은 잘못된 정책들이 누적되다 보면 재난은 꼭 터진다.
선박개조가 원인이 돼 300여명이 사망한 창경호 사건부터 불과 20여년 전에 많은 인명피해를 본 서해페리호 사고까지의 경험에서 제대로 원칙을 세우고 따랐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이처럼 재난 발생 시 선박이나 건물에서 사람들을 빨리 피신시켜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에 기술보다는 사람의 판단력 적용이 가장 어렵다고 본다. 물리학·공학·건축학·사회 심리학 등이 모두 종합된 ‘대피의 역학’이란 학문의 역사조차 불과 1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기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재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이 아주 조직적으로 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잘 훈련된 조직과 운영 방식을 수립하는 것이 재난 상황에 마주친 사람들을 안전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할 수 있게 만든다.
아울러 긴급 상황에서 인간의 보편적 행동 양식을 고려한 선박이나 건축물 구조의 서비스디자인도 중요하다. 모든 빌딩에는 문이 밖으로 열리도록 한 방식과 출구를 표시하는 ‘피난유도등’이 있는데, 그것은 1903년 시카고의 이로퀴즈(Iroquois) 극장에서 602명이나 사망한 대화재에서 배운 사례다. 그 희생자들 대부분이 화마를 피해 매우 적은 수의 출입구로 몰렸고, 그 문조차 안으로 당겨서 여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단지 실패의 원인을 찾아서 비난이나 책임을 추궁하는 것만큼이나, 재난으로부터 재난 관리의 교훈들을 찾고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ITU 전권회의를 주재하는 등 ICT 첨단국가로 대내외에 인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IT회관조차 하나 없는 작금의 우리나라에서 기존 산업계와 ICT가 제도적으로 융합하기는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존의 방재분야와 ICT분야 전문가가 융합해 재난재해의 대응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초고층 및 지하연계 복합건축물과 그 주변 지역의 재난관리를 위한 특별법(초고층재난관리법)과 시행령에 준해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ICT 기반의 재난징후안전관리시스템’이 건축물 설계에 적용되고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발전된 ICT를 효과적으로 융합한다면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으리라 본다.
전상권 동남이앤에스 4S부문 사장 skchun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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