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 수는 오히려 수년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물인터넷(IoT)와 차량용반도체·웨어러블 등 차세대 반도체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팹리스의 위상 강화와 육성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반도체산업협회에 등록된 국내 팹리스 회원사 수는 77개다. 팹리스 기업 수는 지난 2010년 92개에서 2011년 82개, 2012년 75개, 2013년 70개로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올해 소폭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팹리스의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됐고 정부도 적극적 육성을 표방했지만 실제로 국내 업체들은 이에 부응하는 성장세를 나타내지 못했다”며 “잘나가던 팹리스 기업이 갑자기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성공적인 사업모델이 제시되지 못하면서 새로운 도전 자체가 줄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팹리스 시장 규모는 2011년 14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7억4400만달러까지 커졌다. 글로벌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695억6300만달러에서 817억2100만달러로 성장했다.
여기에다 사물인터넷과 차량용 반도체, 웨어러블 기기 등은 미래 시스템 반도체 수요를 이끌 주요 동력으로 꼽힌다.
밝은 시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팹리스에 도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우수인력 확보가 어렵고, 기업 규모가 작다보니 대기업의 협력업체 수준에서 성장이 정체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의 성장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상위 35개 기업 평균 매출은 2011년 452억원, 2012년 535억원, 2013년 511억원으로 정체 국면이다. 평균 순이익도 2011년 11억원, 2012년 12억원에서 2013년 -65억원으로 오히려 나빠졌다.
국내 주요 팹리스 상장사의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대부분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을 목표로 하는 분위기다. 실리콘웍스는 올해 매출 1033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한다.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한 자릿수 하락한 수준이다. 피델릭스는 지난 상반기 누적 385억원 매출과 12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줄었다. 넥스트칩은 지난해보다 올해 적자폭이 줄어들 전망이지만 흑자전환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 자금지원보다는 유망분야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고 팹리스가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팹리스도 독창적 기술력을 갖추는 노력을 배가하고, 필요하면 인수합병(M&A)이나 기업 간 제휴로 대형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반도체산업협회 팹리스 회원사 등록수 *자료: 반도체산업협회>
<팹리스 시장 규모(단위: 백만달러) *자료: 아이서플라이>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