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세미콘이 인공지능(AI) 반도체 패키지 수주에 성공했다. 회사가 AI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건 처음이다. 유망한 AI와 첨단 패키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주목된다.
LB세미콘은 국내 AI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팹리스)로부터 '팬 인 웨이퍼 레벨 패키지(FIWLP)'를 수주, 내년 2분기부터 양산한다고 26일 밝혔다.
웨이퍼 레벨 패키지는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자르지 않고 웨이퍼 상태에서 패키징하는 기술이다. 기존 방식보다 패키지 크기를 줄일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회사 관계자는 “팹리스 회사가 설계를 완료했고 LB세미콘이 패키징 후 신뢰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제품을 레퍼런스로 삼아 고객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B세미콘은 구체적 고객사를 밝히지 않았으나,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저전력·고효율 AI 반도체를 만드는 팹리스로 알려졌다. 3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이미 국내외 다수의 업체에 샘플을 공급한 곳이다.
양사는 보유한 반도체 지식재산권(IP) 기반의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첨단 패키지를 완료할 계획이다. 완성된 AI 반도체는 스마트 기기, 자율 이동체, 가전, 로봇, 카메라 등에서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온디바이스 AI란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외부 서버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기기 내에서 직접 실행되는 AI를 가리킨다.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는 기기가 늘고 있는데,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온디바이스 AI 시장 규모는 2023년 50억 달러(약 7조 원)에서 2032년 700억 달러(약 87조 원)로 연평균 25% 성장이 예상된다.
LB세미콘은 이번 수주로 첨단 패키지 분야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 설립된 엘비세미콘은 반도체 후공정(OSAT) 회사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전력 반도체 등 다양한 반도체 제품을 만들어왔지만 AI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건 처음이다. AI 반도체는 고성능 연산이 필수여서 제조 난도가 더 높은데 이를 수행하게 돼 기술 경쟁력을 인정 받을 전망이다. 또 이번 양산 경험이 AI 반도체 추가 수주와 고객사 확대에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향후 2.xD, 3D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지(Fan-Out WLP) 등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비세미콘 관계자는 “고수익 첨단 패키징 투자를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