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들은 알아서 먹고 살기 바쁩니다. 규제를 하던 말던 이제 마음대로 하라는 거죠.”
최근 만난 한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너무 안이한 대응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정말 상관없다”며 “정부 규제가 산업에 미친 여파는 이미 일어날 만큼 일어났다”고 말했다.
2011년 이후 게임산업은 한국에서 ‘죄인’이었다.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에 따라 게임업체들은 이용연령을 높였다. 시장이 급속히 위축됐다.
그 사이 산업 중심은 모바일로 넘어갔고 새로운 시장에서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패권을 잡았다. 동력을 잃은 게임사들은 외부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급급하다 뒤늦게 체질개선에 나섰다.
규제에 대한 심드렁한 반응은 이 산업의 위험한 처지를 대변한다. 자신을 노리는 상대에 더 이상 대응할 에너지가 없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게 많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차라리 화를 내는 것이 희망적이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이후, 게임산업은 늘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뤄졌다. 살인, 폭행 등 범죄 뒤에는 항상 게임이 등장했다.
부각된 부작용 논란에 따라온 말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매출의 일부를 강제 징수하는 법안이 연속 발의됐고 업계는 활기를 잃어갔다.
이 때문일까. 그동안 게임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이끌어 왔던 국회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뀔 조짐이다. 그런데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자조 섞인 냉소가 들려온다.
이 사태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본분을 망각하고 ‘중독물질’을 계속 생산해 낸 게임업계일까. 사회문제를 산업적으로 풀려고 과욕을 부린 국가일까. 아니면 게임 그 자체일까.
명확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국가의 ‘인위적 통제’가 잘 나가던 산업에 돌이키기 어려운 부정적인 여파를 불러왔다는 사실이다. 한 나라의 제도와 법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고민의 수준은 그만큼 깊고 신중해야 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