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다시피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그것도 제조업이 먹여살린다. 전통 중화학 공업에 이어 최근 중국이 첨단 제조업 분야까지 한국을 위협한다. 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우리 최대 주력 산업이자 세계 1등인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것은 물론 반도체 산업까지 넘본다. 반도체 산업은 한국을 제조 강국으로 부상시킨 상징이자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첨단 기술의 보루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직접 나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팹리스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특유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인력 유치 및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한다. 일부 업체들은 인수합병(M&A)에 과감히 나섰다. 퀄컴·인텔 등 아성을 구축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두려워 할 정도다. 중국 현지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이 강할 뿐더러 정부의 직간접 규제 여파로 고전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처럼 기세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 시장 수요을 보유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총 2557억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거의 3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전체 수입 품목 중 1위다. 더욱이 기술이 진화할수록 산업적 차원을 넘어 국방 등에서도 시스템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국가적인 관점에서 욕심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 우려스런 대목은 중국이 대만을 벤치마킹하면서 고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자 갈수록 중요해지는 분야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과 미국·대만 등 선발 주자들 사이에서 머지않아 존재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한때 시스템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씨앗이 뿌려졌나 싶더니 여전히 자생력을 갖춘 전문업체들을 찾아보기 드문 현실이다. 대기업 계열 동부하이텍은 매물로 나와 중국이 눈독을 들인다. 근본으로 돌아가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기초 체력을 다질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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