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클라우드·인터넷 연결 없이 가전기기 자체에서 인공지능(AI) 연산을 처리하는 온디바이스AI반도체 국산화에 약 900억원을 투입한다. 삼성전자·LG전자·구글·아마존 등 국내외 빅테크가 스마트홈 생태계 선점 경쟁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국산 칩셋·플랫폼 확보로 기술 종속을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K-온디바이스AI반도체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가전 분야 온디바이스 AI 기술·생태계 내재화를 추진한다. 사업 기간은 54개월로, 올해 188억원을 시작으로 총 901억원을 지원한다.
사업은 3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대형 통합형으로 편성됐다. 핵심은 'AI홈 제품·서비스를 위한 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술 개발'로 전체 예산 87%인 780억원을 집중한다. 프리미엄급과 엔트리급으로 나뉜 AI 시스템온칩(SoC) 풀라인업을 구축해 스마트 공간 디바이스 전반에 적용할 국산 칩셋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1세부(53억원)과제인 '온디바이스 AI기반의 공감형 홈구현과 경험 확장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 기술개발'은 국산 AI가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경량 음성인식·자연어처리·생성형 AI 모듈을 저전력·저지연으로 구동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멀티모달 데이터 융합과 사용자 감정·상황 실시간 추정 기능을 갖춘 AI홈 제품 5종 이상 국산화가 목표다. 기술을 칩에 담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제품 수준까지 검증한다는 점에서 사업 전체 출구전략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세부 과제인 'AI홈 제품·서비스를 위한 온디바이스 AI반도체 기술 개발'은 국산 칩 '설계 틀'을 만드는 과제다. 프로세서·NPU·센서 I/O 등 핵심 IP를 모듈형 블록으로 구성한 '개방형 모듈러 스케일러블 SoC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제품군별 요구 성능·전력·가격에 따라 파생 칩을 신속하게 찍어낼 수 있는 구조로, 국내 팹리스 생태계 구조적 약점을 보완한다.
프리미엄급은 온디바이스 생성형 AI·멀티모달 인식·공감형 상호작용을 고성능·저지연으로 처리하고, 엔트리급은 상시 음성인식·간단한 비전 인식·에너지 최적화 등 핵심 AI 기능을 저전력·저비용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3세부(63억원)과제인 '온디바이스 AI 칩 기반 AI 알고리즘, 지능 연동 프레임워크 및 AI 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은 중소기업도 온디바이스 AI를 쓸 수 있게 하는 공용 인프라 과제다. AI 모델 경량화율 50% 이상, 경량화 후 정확도 유지율 95% 이상을 핵심 지표로 설정했다. SDK·API·통합 개발환경을 구축해 자체 AI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 가전·IoT 기업도 온디바이스 AI를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국산 칩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이를 활용하는 기업 저변이 넓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급보다 수요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보안 설계는 이번 사업에서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다룬다. 로컬 데이터 처리·암호화, 보안 OTA(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개인정보 외부 전송 최소화 기술이 칩 설계 단계부터 내재화한다.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AI를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방식은 구조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데이터 주권 침해 우려도 커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가전 분야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실질 수혜는 중소 팹리스·가전·IoT 기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와 국산 반도체설계자산(IP) 이용이 권고되며, 국내 팹리스 기업 참여가 필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SDK·API·통합 개발환경 구축으로 자체 AI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 가전·IoT 기업도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공용 인프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