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자금이야말로 가장 절실하다. 좋은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창업을 했으나 초기 자금이 곧 바닥을 드러낸다. 이때 투자를 받으면 되나 이런 행운은 극히 일부 기업에만 생길 뿐이다. 대출이나 보증을 받으려 해도 담보도, 매출 실적도 없으니 여의치 않다. 이리저리 자금을 조달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곧 문을 닫는다.
실력과 장래성이 없어 그랬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이 당연히 누릴 혜택조차 받지 못해 기회까지 잃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기업들을 속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벤처기업확인제도의 재무성 평가다.
이 평가를 제대로 통과해야 벤처기업으로 인정을 받고 지원도 받는다. 벤처기업 속성상 허술할 수밖에 없는 초기 재무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기술력이나 사업모델보다 재무구조가 벤처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다. 엉터리 벤처기업을 걸러내자는 취지의 재무성 평가가 결국 벤처기업을 활성화하자는 벤처확인제도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 제기가 빗발치자 정부가 재무성 평가 항목을 폐지했으며, 다음 달 말 새 평가제도를 시행한다. 기술성 평가를 강화하고 글로벌 역량 평가를 신설했다.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벤처기업 수 증가, 기술 평가 활성화 등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창업진흥원 분석 결과 중국, 일본보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열악한 것으로 드러난 벤처생태계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모럴 해저드 재연과 같은 부작용이 일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벤처기업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후라도 강력히 제재하면 감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이런 기업에 돈을 주지 않는다.
정부는 연일 기술금융을 강조하며 금융권을 압박한다. 벤처기업 지원제도도 기술성 위주로 바뀐다. 벤처기업 환경이 이렇게 좋아질 때 성공 사례가 빨리,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벤처 생태계 개선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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