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20개 단체가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교육과정 개정이 사실상 ‘이과 폐지안’이라며, 개정 작업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과학계는 교육과정 개정을 교육학자로만 구성된 위원회가 추진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등 과학계 20개 단체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과학계는 성명서에서 “21세기는 과학기술의 시대로, 과학기술이 신성장동력과 국부를 창출한다”며 “선진국은 모두 수학과 과학을 핵심과목으로 지정하고, 무섭게 약진하는 중국도 과학교육을 가장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교육과정 개정은 과학기술 시대에 과학적 소양 교육을 완전히 포기하는 이과 폐지안”이라며 “교육부가 중차대한 교육과정 개정을 11명의 교육학자에게 맡겨 6개월 안에 완성하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계는 △교육학자들에게 맡겨진 현 개정 작업 즉시 중단 △민주화·다원화된 현실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 반드시 필요라는 두 가지를 요구했다.
지금의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중단하고, 산업계를 포함한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새 조직에서 개정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정 과목의 시수확대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없는 교육과정 개정의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다.
근본적인 철학과 방향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교육과정 개정 방향에 국가 발전을 위한 인재상 등이 분명하게 담겨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지난 2009년 교육과정 전면 개정 당시에는 대통령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철학과 인재상을 제시하고, 교육과정 개정 실무 작업이 뒤따랐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인재상이나 방향제시 없이 교육학자들만 모여서 방향과 개정안을 모두 만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범사회적, 범정부적 기구를 만들어서 교육과정 개정 방향을 설정하고, 그 다음에 실무진이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학계는 성명 발표에 이어 대토론회와 교육부 장관 면담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부섭 과총 회장은 “교육과정 개정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일인 만큼 있는 힘과 방법을 다 찾아서 개선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