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면 평범한 기업으로 남게 된다. 탁월한 상품으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12년 9월 그룹 임원 세미나에서 던진 말이다. 1990년대부터 ‘시장 선도’를 언급해온 구 회장이 시장 선도를 그룹 경영화두로 채택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했고 이제 시장 선도하면 LG가 떠오른다.
시장 선도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앞장서서 이끌어간다’이다. 업계는 ‘판을 바꾼다’고 표현한다. 국내 제조업 역사에 사례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상황이 열악하다. 모 대학교수는 “내수 시장이 좁고 산업 구조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인 우리가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바꿔야 한다. 경쟁사가 우리 기술과 제품을 높이 평가하고 그대로 쫓아와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다국적 기업은 한국 기업을 그저 패스트 팔로어로 치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LG가 야심차게 밀고 있는 시장 선도 성과물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다. 이미 지난해 1월과 4월 세계 최초로 평면과 곡면 OLED TV를 내놓았다. 다음달에는 ‘꿈의 TV’로 불리는 초고화질(울트라HD) OLED TV도 출시 예정이다.
아직 시장을 선도했다고 단언할 단계는 아니다. 중국업체 몇 곳이 LG로부터 패널을 받아 OLED TV를 내놓았지만 그저 출시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많은 소비자가 OLED TV를 잘 알지 못한다. 갈 길이 멀다.
LG는 사실상 시장을 홀로 개척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OLED TV(곡면)를 내놓으며 자웅을 겨룰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이 이 시장에 소극적이다. 기술적 한계가 있는지 아니면 시장이 열린 후 뛰어들겠다는 전략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다.
LG로서는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구 회장의 시장 선도 철학은 조직에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