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1분기 공모 규모가 전년 대비 60% 가까이 줄어들었고, 2분기에도 대형 우량주가 규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줄줄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중소형 기술주 위주의 미니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연초 증권가가 예상했던 시장 회복 시나리오와는 다른 흐름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5월 공모 일정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4개다. 채비와 코스모로보틱스는 4월, 폴레드와 마키나락스가 5월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대부분 중소형 기술기업으로 상반기 공모 시장 전반에 대어 공백이 짙어졌다. 무신사, HD현대로보틱스, 구다이글로벌 등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일정을 조율하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 신규 상장 기업은 스팩·코넥스·재상장을 제외하면 9개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23개보다 60.87% 감소했다. 전체 공모금액도 77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8430억원 대비 약 58% 줄었다. 코스피에서는 케이뱅크만 상장했고, 코스닥 상장 기업 수도 지난해 20개에서 올해 8개로 급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연초 전망과는 온도 차가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1월 초 리포트에서 올해 IPO 시장이 최근 5개년 평균 수준을 유지하며 연간 110~130개 기업이 상장하고, 공모금액도 4.8조~5.5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시장 역시 15~20개 기업이 상장하고 공모금액도 전년 대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시장은 기대와 다르게 흘렀다. 상반기 유일한 코스피 대어였던 케이뱅크는 지난달 5일 상장했지만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하단인 8300원으로 정해졌고, 상장 첫날 종가도 공모가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후 주가도 힘을 받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장세가 IPO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본다. 공모주는 상장 전 공모가를 확정해야 하는 반면 상장 후 주가 흐름은 시장 상황에 따라 흔들릴 수 있어서다.
IR큐더스는 1분기 시장을 양적 확대보다 '질적 선별 중심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해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기업들이 상장 시점을 더 까다롭게 고르고 있고, 투자자 자금도 모든 딜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도 IPO 시장의 변수다. HD현대로보틱스, SK에코플랜트, LS에식스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 CJ올리브영 등은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일정을 조율하는 분위기다. 상반기 IPO 시장을 이끌 만한 대형 딜이 잇따라 멈춰서면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하반기 재추진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무신사와 구다이글로벌 등이 대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역시 시장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실제 상장 시점은 유동적이라는 전망이 있다. 강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는 2분기까지는 코스피 대어급 종목의 상장 추진에 불확실한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