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은 올해 CES에서도 핵심 키워드로 꼽히며 다시 한번 화제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AI는 더 이상 새로운 기술 트렌드나 특정 산업 실험 단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업무 환경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우리가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처럼 AI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의 속도 문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안전하게 만들었느냐'다.
AI는 더 많은 데이터 접근과 자동 실행을 전제로 작동하는 기술인 만큼,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영향 역시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넓게 확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시대 보안은 더 이상 사고 이후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얼마나 믿을 수 있게 설계됐는가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보안 공격 변화는 이러한 변화를 분명히 보여준다. 많은 기업에서 다중 인증이 보편화되면서, 로그인 시 비밀번호 외 문자 인증이나 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을 한 번 더 거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보안 강화차 시행한 조치였으나, 공격자들은 이제 비밀번호를 직접 알아내기보다, 쿠키나 토큰처럼 '로그인 상태를 유지해 주는 정보'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방향을 빠르게 재설정했다. 비밀번호 도용이 어려워지자, 사용자가 인증을 마친 것처럼 시스템에 접근이 가능도록 진화한 셈이다.
여기에 AI 기반 자동화가 결합돼 공격 준비가 더욱 빠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면서, 아무리 정교한 탐지 체계라도 침투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공격자들은 서버나 네트워크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사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PC나 프린터를 먼저 노리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메일을 열거나 파일을 실행하는 순간을 노려 PC를 장악한 뒤, 해당 PC를 발판 삼아 회사 내부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단 한 대의 PC도 대규모 보안 사고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위협을 막고 탐지하는 기존 보안 방식은 분명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보안 트렌드 핵심은 '얼마나 많은 위협을 찾아내느냐'가 아닌, 침투가 발생하더라도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 빠르게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데에 있다. 특히 공격의 우회로가 될 수 있는 PC 등 디바이스 자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보안 공격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는 반면, PC와 같은 업무용 디바이스는 보통 수년 간 사용된다는 점이다.
즉, 오늘 선택한 디바이스가 몇 년 뒤의 보안 환경까지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보안은 운영 중에 덧붙이는 기능이 아니라, 디바이스를 설계하고 선택하는 단계에서부터 미래를 전제로 고려해야 할 기준이 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지금 안전한가'가 아니라 '몇 년 뒤에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보안을 사후 대응이 아닌, 설계 단계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버와 네트워크 이전에, 실제 업무가 이뤄지는 PC에서 보안 사고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다.
HP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위협을 단순히 찾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시스템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고 자동으로 회복할 수 있는 구조를 PC 설계 단계부터 함께 고민해왔다. 미래 업무의 중심이 되는 AI기반 PC 전략 역시 성능 경쟁을 넘어, 로컬 처리와 온디바이스 접근을 통해 데이터 유출 위험을 낮추고 장기적인 신뢰를 전제로 한 업무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안은 더 이상 기능을 추가하는 영역이 아니다. AI 시대 보안은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문제이며, 침투 가능성을 전제로 한 환경에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졌는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제 조직 리더십과 의사결정자들은 보안을 '운영 이후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보안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앞으로 조직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소병홍 HP 코리아 퍼스널 시스템 전무 byung-hongs@h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