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그룹이 반도체 팹리스 사업에 마침내 돛을 올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디투아이가 4월부터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구동칩(이하 DDI)을 본격 양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결합해 스마트폰에 최종 적용될 제품으로, 회사는 출하를 기념하는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행사에는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원익디투아이가 DDI를 내놓는 건 2022년 원익그룹 편입 후 처음이다. 원익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용 소재와 장비를 주력으로 해온 중견 기업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설계 분야, 즉 팹리스가 탄탄해져야 한다는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22년 8월 약 100억원에 디투아이를 인수했다.

이후 인력을 보강하며 사업화를 추진했지만 진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OLED용 DDI의 경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정도로 개발 난도가 높고, 또 스마트폰 산업 특성상 2~3년 뒤 나올 모델에 들어갈 DDI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원익디투아이는 지난 3년간 DDI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일도 겪었다. 지난해 말 내홍 뒤 현재는 삼성전자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고, 매그나칩에서 개발 및 마케팅 담당 후 원익디투아이에서 전략마케팅본부를 맡았던 김도윤 전무가 대표가 돼 회사를 이끌고 있다.
4월 첫 양산되는 DDI는 그간 공들인 노력의 결과물이자 회사의 향배를 가릴 제품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원익디투아이 사정에 밝은 업계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성능과 공급 능력을 우선 검증 받게 될 것”이라면서 “첫 제품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해야 다음 과제나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일단 전망은 긍정적이다. 원익디투아이는 4월 양산 제품 외에도 3~4개의 DDI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급형부터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까지 적용 대상도 확대되는 추세다.
원익 DDI 사업은 국내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팹리스 산업 생태계 강화와도 연관이 깊다. DDI는 화면의 밝기와 색상 등을 제어하는 반도체다.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부품, 즉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인 만큼 우리나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다만 국내 DDI 생태계는 위축돼왔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와 LX세미콘이 양대산맥처럼 자리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시장 정체, DDI 가격 경쟁 격화 등으로 대만과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 텃밭으로 여겨졌던 애플 아이폰 OLED DDI 공급망에 대만 노바텍이 진입한 게 대표적이다.
원익디투아이가 안착하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LX세미콘과 함께 주요 DDI 제조사로 부상해 산업 활성화와 공급망 강화의 계기가 된다. 또 성공 스토리가 뚝 끊긴 팹리스 산업계에도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원익그룹으로서도 대형과 중소형 디스플레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상황이다. 원익그룹은 각사 사업을 육성, 안정화한 후 시너지 도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 기자 beny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