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98〉AI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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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일본 도시전략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지수(GPCI)에서, 서울은 2024년·2025년 기준으로 전 세계 48개 주요 도시 중 6대 도시에 선정될 만큼 영향력이 큰 도시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굴뚝산업에 대한 규제로 인해 서울의 산업 중 86%가 서비스산업인데, 그러한 제약조건 속에서도 첨단 교통통신망과 상대적으로 풍부한 녹지, 한류를 중심으로 한 문화자원 덕분에 서울의 위상이 이 정도까지 성장한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점은 지금부터다. 청년실업률 상승이 예상되고, 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초고령사회로의 변화를 겪고 있는 서울이 인공지능(AI)에 각 산업영역을 결합시키는 이른바 AI+X, 또는 AX(AI기반 분야별 혁신)에서 뒤처지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성취는 금세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서울에는 여섯 개의 산업 클러스터가 육성되고 있다. 홍릉 바이오·의료 클러스터, 양재·수서지역의 AI·로봇 클러스터, 마곡 R&D·첨단기술 클러스터, 상암 디지털미디어·콘텐츠 클러스터, 구로·금천 ICT·스마트제조 클러스터, 여의도 핀테크 클러스터 등 지역 특화산업을 중심으로 역량 집적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특성화는 바람직한 것이지만, 문제는 실질적 성과를 거둬왔고,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여섯 지역클러스터를 아우를 수 있는 한 단어가 있다면 바로 AX라고 할 수 있다.

산업 클러스터는 자원과 인재의 집중을 통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며, 스타트업 육성과 산학공동연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얻고자 하는 제도다. AX가 이뤄지면 클러스터의 효율과 성과를 높이는 것이 용이해진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하나 건설하기 어려운 지역 정서, 한 쪽에서는 취업률 대책을 요구하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막상 제공되는 무료 교육과 취업정보 제공에 무관심한 현실 등이 뒤섞여 AX를 통한 지역혁신은 정말 어렵다.

서울은 디지털전환 시대 서울 경제를 이끌 미래 산업으로 AI, 바이오·헬스, 핀테크, 스마트모빌리티, 로봇 등 다섯 개를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미국 마이애미 거리를 걷다가 만났던, 줄지어 음식을 배달하는 로봇, 중국의 거리를 누비는 자율주행 택시, 유럽이나 호주에서 별도의 교통카드 필요없이 갖고 있는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했던 교통 체계 등을 서울의 거리에서는 만나기 힘들다는 점을 볼 때, 과연 미래 산업을 시민의 삶속에 얼마나 깊이 투영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 정부가 굼뜨게 움직이면 지방 정부가 그것을 추월할 수 있는 체계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반대로 지방 정부가 AX에 무관심하다면, 중앙 정부가 컨설팅하고 이끌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

AX는 결국 그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책과 문화에서 가능해진다. AI 핵심기술이나 응용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이 생활비 걱정 없이 가족을 이루고 캠퍼스 안팎에서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환경은 언제쯤 가능해질까. 전통산업에 AI를 접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을 때는 언제쯤일까. 중국 일부 기관은 사용자의 컴퓨터 시스템에 직접 접근해 이메일을 체크하고, 일정을 관리하며, 브라우저 제어까지 실행할 수 있는 자율형 AI 에이전트 일정 용량 무료 이용권을 2주간 지급했고, 추가로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했다. 시민들은 일상의 루틴을 AX로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정부의 모습에서 결기와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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