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래의 콘텐츠 脈] 〈6〉콘텐츠산업과 평가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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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공공기관은 매년 지난 한 해의 경영 성과에 대해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경영 및 사업 추진 상황 등에 대해서도 자체 감사뿐만 아니라 외부 감사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과 그의 사업 추진과 관련된 평가와 감사의 실시는 당연하다. 다만, 공공기관 성격에 따라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떻게 볼 것인가는 달리해야 할 것이다.

요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된다. 1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크게 흥행하면서, 그동안 침체된 한국 영화산업에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영화와 관련된 촬영지, 역사 유적지 또는 문화재 등에 관광객 증가와 소비지출로 이어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넘어서, 다방면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영화를 포함한 하나의 콘텐츠 작품이 이렇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콘텐츠산업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분야에 속한다. 작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는 그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 흥행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준다.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매우 큰 파급효과를 만들어낸다. 히트한 소수의 작품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지만, 그러하지 않은 대다수의 작품은 대중에게서 잊혀진다. 콘텐츠산업이 모험산업의 속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콘텐츠산업의 벤처 성격은 콘텐츠 작품의 창작과 제작 과정에서도 나타나지만, 새로운 과학기술을 콘텐츠에 접목하면서 더 두드러진다. 방송, 영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 콘텐츠산업은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이용자들의 흥미와 체험을 높여서 대중의 선택을 받으려고 한다. 새 콘텐츠시장 또는 틈새시장을 창출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정부(공공기관)도 메타버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콘텐츠에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다고 하여 신규 콘텐츠 시장이 곧바로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콘텐츠 기술에 관심을 보일 수는 있을지라도, 새 콘텐츠 시장을 만드는 것은 지난한 과정과 노력이 요구된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신기술 콘텐츠 지원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평가 또는 감사가 콘텐츠 지원사업의 실패라는 결과에 초점을 두고 책임을 묻는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콘텐츠 지원 공공기관과 직원들은 위축될 것이다. 신기술 도입과 같은 실패의 위험 요소가 큰 사업은 회피하려 할 것이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존 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K콘텐츠산업과 시장 창출의 기회를 방해하고 억제하게 될 것이다.

평가에서 주요한 성과로 매출액이나 수익을 주요한 기준으로 본다. 그런데 지원 콘텐츠의 성과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는 중요한 평가 척도이다. 콘텐츠의 가치를 단기간의 단순 매출이나 조회 수로만 보는 것은 단견이다. 위 영화 사례에서 보듯이 콘텐츠 자체를 넘어서는 부수적인 외부효과가 많다. 콘텐츠 창·제작 과정에서의 경험과 역량 향상 기회, 지식재산(IP) 확장 가능성, 글로벌 진출 가능성, 콘텐츠산업과 연관 산업 생태계에의 기여도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차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숫자 중심으로, 단년도 실적을 중심으로 콘텐츠 지원사업을 평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한국콘텐츠산업은 국내 경쟁을 넘어서서 글로벌 기업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K콘텐츠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다양하며 모험적인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이 필요하다. 평가의 기준과 방식의 정립이 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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